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사진)가 6일 투신해 사망했다. 변 검사와 함께 수사 선상에 올랐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모 씨(43)가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검찰은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변 검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공식입장을 내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수사팀은 “재직 중 따뜻한 마음과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위아래에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변창훈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유족들은 “사람들 앞에서 압수수색하고 몰아세웠다”고 주장하며 오열했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 건물 4층에서 투신했다. 사고 현장에서 변 검사의 유서 등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변 검사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50·사법연수원 21기),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43·30기) 등과 함께 검찰 수사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꾸미고 허위 서류를 갖다놓는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또 국정원 서천호 전 2차장(56),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 등 국정원 간부들과 일명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정원 직원들에게 수사 및 재판에서 거짓 진술과 허위 증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 검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이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던 중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한 후 화장실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검사의 이날 투신은 지난달 30일 변 검사 등과 함께 일한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 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변 검사는 지난달 23일 정 씨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시기를 전후해 정 씨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경찰은 투신 현장 폐쇄회로TV 확인 및 변 검사를 마지막으로 상담한 변호사와 유족 등을 상대로 한 조사 등을 통해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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