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뮤지컬 열정… 학교생활도 달라졌어요”

‘청소년, 브로드웨이를 꿈꾸다’… 서울 중구 프로그램 호평 받아

8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중학생들이 정태영 감독의 지도 아래 뮤지컬 ‘불타는 별들’의 춤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 앞으로 와! 목소리는 감정을 더 담아서!”

감독의 지시에 배우 15명이 침착하게 다시 연기한다. 앞쪽 벽면 거울을 보며 몸짓과 동선을 확인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긴 대사를 읽어 내려간다. 중간중간 바닥에 놓아둔 50페이지 분량의 대본을 보며 대사를 확인한다. 8일 오후 4시 반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지하 1층 연습실. 대부분 교복을 입어 앳돼 보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의만큼은 대단해 보였다.

중구와 충무아트센터가 운영하는 뮤지컬배우 되기 프로그램 ‘청소년, 브로드웨이를 꿈꾸다’에 참여한 관내 중학생들이다. 청소년 적성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감성을 계발해주기 위해 2015년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한 뮤지컬 전문 연출진이 강사로 참여했다. ‘그리스’ ‘해를 품은 달’ 등을 연출한 정태영 감독과 ‘몬테크리스토’의 정도영 안무감독 등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비용 65만 원 가운데 60만 원을 중구에서 지원한다. 학생들은 5만 원만 낸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은 이것도 무료다. 지난달 27일부터 매주 수, 토요일 모두 6주간 연습한다.

올해 3기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입소문이 그새 나서 시작 전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이전에는 충무아트센터에서 학생을 선발했는데 올해는 중학교 자체 1차 선발을 거쳤다. 이후 노래와 즉석연기 등 2차 오디션에서 25명을 선발했다.

두 차례 경쟁을 통과한 이들의 열정은 연습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켜보는 눈이 많았지만 동작과 발성에 거침이 없었다. 방과 후 바로 달려와 오후 4시 반부터 1시간 30분간 연습하면 지칠 법도 하지만 눈빛은 더 초롱초롱해진다. 이들의 열의에 강사진도 대충은 없다. 이 강사들은 연습시간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뮤지컬을 가르쳐준다. 연습을 지켜본 충무아트센터 관계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뮤지컬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대본 읽기부터 감정 표현, 노래, 안무는 물론이고 의상, 메이크업, 무대연출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뮤지컬 배우만이 아니라 뮤지컬을 완성하는 여러 분야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허순호 군(15)은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 몰랐다. 연기와 뮤지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꾸준히 연습하고 실력을 쌓아 예고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솔 군(15)도 “이곳에서 많이 배워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성적이 부진하고 학습태도가 불량해 한때 말썽꾸러기로 분류됐던 아이들이 꿈이 생기면서 태도가 변한 것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했다”며 뿌듯해했다.

이들이 준비하는 뮤지컬 ‘불타는 별들’은 23일 오후 5시 충무아트센터 예그린스페이스에서 막을 연다. 성적 만능주의, 부모의 기대, 옆집 아이와의 비교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