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에는 너무 집중해서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합니다(웃음). 나중에 경기 끝나고 기록을 보면서 ‘더 잘 치고 더 잘 달렸으면 더 많이 기부했을 텐데’라고 생각하죠.”
옅은 미소를 띤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추신수 씨(35). 홈런이나 도루를 기록할 때마다 1000달러씩 기부했던 그다. 추 씨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1억 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해왔다. 2011년 자선재단 ‘추파운데이션’을 설립해 국내외 어린이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기부 잘하는 스포츠 스타’로 꼽힌다. 8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추 씨를 만나 ‘기부란 무엇이라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거라고 봐요. 어릴 적 부모님이 넉넉지 않아 힘드신데도 어렵게 저를 뒷바라지해 주셨죠. 너무 감사했어요. ‘나는 그래도 기회를 얻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아이는 큰 재능이 있는데도 기회조차 없어요.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해야 하는 건 ‘기회’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들게 야구 선수 생활을 하던 학생과의 사연도 소개했다. “야구를 계속하도록 도왔는데…. 이번 시즌 도중 ‘몸이 아파서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왔더군요. 사실 제가 돕는 아이가 야구를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바르게 크는 일이 중요하죠. 아이들에게 마음을 줘야 해요.”
추 씨는 기부하려는 마음 못지않게 기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속한 레인저스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서에 연간 12만5000달러를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라는 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구단이 선수와 함께 지역 내 어린이를 돕기 위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국내의 경우 계약서에 기부, 봉사와 관련된 조항은 없다. 최근 최형우(KIA 타이거즈) 등 프로야구 스타들의 기부가 늘고 있지만 선수 개개인이 알아서 하는 구조다.
추 씨는 난치병 어린이가 있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면 자녀를 데리고 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면 ‘고맙다’고 한다”며 “자신이 얼마나 건강하고 매사에 감사한지 느끼는 듯한데 그런 마음이 기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 ‘그린노블클럽’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재단 상담센터(1588-1940, www.childfund.or.kr)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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