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수능 날 뜨고 내리는 비행기 ‘올스톱’… 하늘도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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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먼저, 수험생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힘내라’는 말이 더 이상 격려가 되지 않는 시대. 하지만 그래도 모든 수험생 여러분들이 마지막까지 기운 잃지 마시고 가장 좋은 결과를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며칠 전부터 많이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듣기평가 시간 동안 비행기 이착륙이 중지된다’는 내용일 겁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토교통부 인천항공교통관제소는 이미 전 세계 조종사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NOTAM’이라는 정보를 공시했습니다. ‘NOTice to AIrman(조종사 공지사항)’의 약자인 노탐은 특정 지역이나 공항 운영 주체가 발표하며, 미 연방 항공국(FAA)등을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합니다.

국토교통부 인천항공교통관제소가 발표한 NOTAM.
국토교통부 인천항공교통관제소가 발표한 NOTAM.

업계 종사자만 쓰는 약어가 많습니다. 풀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한국시각 기준 2017년 11월 16일 한국시각 오후 1시 5분~40분
△대한민국 지면에서 해발 1만 피트(3000m) 상공 하늘에서 비행 금지
△이 제한은 육지와 강화도·거제도·제주도를 포함하며
△해안가에서 3해리(5.4km) 떨어진 바다 위 하늘까지 포함됨.
△비상 상황인 항공기, 응급환자 이송, 인명수색·구조, 화재진압, 재난재해 업무에 투입되는 항공기와 소리가 나지 않는 무동력기, 열기구 등은 예외로 함.

한 마디로 소리가 나는 모든 ‘탈 것’들은 수능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3000m 아래로 내려오지 말라는 통보입니다.

그럼 3000m 위로 비행기가 날면 소음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비행기 소음은 단순 계산으로 거리가 2배 멀어질 때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 소리 측정 단위로 많이 쓰는 데시벨(dB) 기준으로는 6dB씩 줄어듭니다. 항공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는 통상 110dB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지표면 (해발 0m)에 있을 때 110dB만큼 시끄러웠다면 이 항공기가 3000m 상공에서 날 경우에는 약 30dB까지 소음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용한 독서실 수준입니다.

소음 데시벨(dB) 별 참조 기준.자료 :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소음 데시벨(dB) 별 참조 기준.
자료 :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이처럼 되도록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리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소음 억제 수단입니다. 대구에서 F-15K를 운용하는 공군제11전투비행단에서도 올해부터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투기가 이륙한 직후 상승하는 각도를 기존 15도에서 30도로 높여 지면에서 최대한 빨리 멀어지도록 했습니다. 공군은 이 같은 이륙 절차를 도입한 결과 활주로 끝 부분에서 1.5km 지점에서 비행기 고도가 기존 2500m에서 5000m로 높아져 소음이 10dB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전투기의 엔진 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소음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아직 계속 되고 있습니다.)

공군이 발표한 대구 공항 소음 감소 이륙 절차자료 : 국방홍보원
공군이 발표한 대구 공항 소음 감소 이륙 절차
자료 : 국방홍보원

항공기 제작사에서도 엔진 소리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社가 첫 제트 여객기로 개발했던 B707과 비교할 때 가장 최신 기종인 B787은 소음이 25dB 줄어들었다고 독일 CFD소프트웨어사는 분석했습니다.

항공기 기종별 소음 정도. 자료 : CFD software 유한회사, 베를린.
항공기 기종별 소음 정도.
자료 : CFD software 유한회사, 베를린.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은 다방면에서 적용됩니다. 보잉은 787 기종에 처음 적용했던 엔진 껍데기 형태를 747-8 항공기와 737 max 항공기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그 외에도 엔진 껍데기 앞부분에는 벌집 구조로 이루어진 소재를 사용해 추가로 소음을 줄였다고 합니다. 보잉사는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최신 기종의 소음은 같은 모델 이전 기종에 비해 6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잉 737 max 기종에 적용된 독특한 엔진 형태. 787과 747-8 기종에도 같은 엔진 형태가 적용됐습니다.자료 : 보잉
보잉 737 max 기종에 적용된 독특한 엔진 형태. 787과 747-8 기종에도 같은 엔진 형태가 적용됐습니다.
자료 : 보잉

여러 가지 소음 감소 기술에도 비행기는 여전히 ‘시끄러운 존재’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를 띄우고 내리지 않는 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김포-제주, 연간 1억1600만 명)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하늘이 내린 제법 큰 결단입니다. 그러니 그 삭막한 시험장 안에 들어가셔도 너무 긴장하거나 떨지 마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하늘이 수험생 여러분을 함께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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