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교육 위기” 서울대의 自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5일 03시 00분


교수들 “서울대 가면 잘살던 시절 끝나”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잘 먹고 잘사는’ 시대가 끝났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교육 시스템이 시대 흐름에 뒤떨어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의미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서울대 교육,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현재 서울대 학부교육이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학생들이 입시정책 때문에 중·고교에서 입시에 유리한 교과만 선택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대학 공학교육에 필수 교과목인 ‘물리Ⅱ’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하는 학생은 전국에서 4000여 명으로 전국 4년제 대학 공대 정원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이 때문에 서울대는 고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기초물리학’ 과목을 개설했다. 수학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은 ‘수학’ 과목을 듣기 전에 ‘미적분학의 첫걸음’을 수강하는 실정이다.


유 교수는 서울대 교수들과 학교의 시스템도 학생을 ‘창의적 고급 인력’으로 육성하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교수들이 연구 실적 압박으로 가장 중요한 진짜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고 학부 교육은 대학원 교육에 치여 교수들이 더욱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 특히 유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지식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학생과 교수, 학교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 교수는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통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학부 교육 전체를 관장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등 학부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대인은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서울대에 입학하는 순간 ‘생존’의 문제는 크게 해결됐다고 생각돼 왔지만 요즘은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했다”며 “서울대인이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서울대인을 존경하고 사표로 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사회적 생존’이 완벽하게 보장됐지만 다변화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의 존재 근거를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높은 지위를 독식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이끄는 철학과 학문의 권위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구조를 볼 때 대학, 교수, 직원의 수가 급감하는 것은 모든 대학의 정해진 미래”라며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대학교육의 수요자를 확보하고 외국 진출 등을 통해 교육 및 연구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내부에서 서울대를 비판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대 공대에서는 ‘서울대 공대 백서’를 내놓으며 서울대의 위기를 지적했다. 백서에서 교수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교수들까지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기술 창업에 나서지 않으면 서울대도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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