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재난재해 등 예상치 못한 일로 수능이 미뤄진 것은 1993년 수능(1994학년도 수능)이 시행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시험 하루 전날 수능 연기가 결정되면서 ‘멘붕(멘털 붕괴)’를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정렬 전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전한 고3 수험생들의 반응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전 판사는 15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고3인 우리 딸 단톡(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라온 말”이라며 수능을 앞둔 딸 친구들이 정부의 ‘수능 연기’ 방침에 보인 반응들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은 “경주지진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수능 연기하는 거 보니 ‘나라다운 나라’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고3 때 대통령도 쫓아내고, 수능도 연기시킨 역사적인 고딩(고등학생)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판사는 “시험 전날 연기돼 허탈하고 황당했을 텐데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멋지다”고 평했다.
해당 글은 16일 오후 2시 현재 3900여 건의 리트윗, 2600여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수험생 자녀를 뒀다는 다른 학부모들도 이 전 판사 트위터 댓글을 통해 “처음엔 어찌나 황당하던지요. 오히려 의연한 아이 보며, 포항 소식 들으니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에도 고3 아들^^ 포항 애들 시험에 피해보면 불공평하니깐 연기하는 게 맞는 거 같다며. 살짝 멘붕은 왔지만 어른들보다 애들이 더 대견한 생각들을 갖고 있나 봅니다”라고 전하며 흐뭇함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현명하네요”, “정말 멋지네요. 역사적으로 멋지게 파이팅 하길 바라봅니다^^”, “대견하네요. 흐뭇해집니다. 역사적인 고3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포항의 고3 친구들 입장 이해하고 양보한 것, 아마 평생 이 세대들이 살아가는 동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힘이 될 것”, “한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을 보며 희망을 갖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물론 ‘수능 연기’ 방침에 불안감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회원 수가 약 247만 명인 인터넷 카페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며’에는 “연기 발표 나고 지금까지 울었다. 유난인 거냐. 억울해서 한숨도 못 자겠다”, “내일이면 해방이라고 생각했는데”, “맥 빠진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 회원이 해당 카페 ‘고3 잡담방’ 게시판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험생의 80% 이상은 ‘수능 연기’에 긍정적이거나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설문에서 ‘일주일 더 공부해서 애들 성적 올라간다’라고 응답한 수험생들은 43.29%였으며, ‘일주일은 차이 없다’는 40.24%로 나타났다. ‘멘탈 나가서 (성적이)내려간다’는 답변은 16.4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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