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인데 수혜자엔 ‘관이 베푼다’ 속내 담겨
홈페이지-현장안내문서 단어 퇴출
14일 오후 서울시 복지박람회 홈페이지(seoulwelfare2017.co.kr)에서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복지 경험담을 발표할 시민 8명 명단에 쓰던 ‘수혜(受惠)자’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이죠.
18일 열리는 서울 복지박람회를 앞두고 담당부서인 서울시 복지정책과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현장 안내문과 홍보책자에서도 수혜자라는 표현을 모두 뺐습니다. 복지 수혜자는 보통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은혜를 받는다’는 뜻인 만큼 “복지는 관(官)이 자애롭게 베풀면 민(民)은 고마워하며 받는 것”이라는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복지=은혜’라는 생각은 바뀌고 있습니다. 정환중 복지정책과장은 “복지는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년과 학부모, 비정규직은 복지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이 복지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떠오릅니다. 수혜자라는 말은 그 딱딱하고 옛말 투성이인 법조문에서도 대부분 지원 대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합니다.
서울시는 ‘복지 종사자’라는 표현도 함께 고치겠다는 생각입니다. 두 단어 모두 일본 사회복지법에서 따온 용어인 만큼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고민해 보겠다는 겁니다.
올해 첫회를 맞는 복지박람회에서는 서울시민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찾아보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시내 25개 자치구는 물론이고 서울시와 민간단체의 모든 복지정책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정책 제안은 홈페이지에서도 받고 있는데 이미 6000건이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1000건 정도를 추려 검토해서 박람회 당일 시민과 사회복지 전공 대학생 150명이 모여 토론할 예정입니다. 18일 서울광장에서 수혜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권리를 당당하게 제안하며 그에 맞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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