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분식 가맹점을 운영하는 고봉민 씨(38·여)가 부산 남구에 ‘고봉민 김밥人(인)’ 1호점을 낸 것은 2009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부’는 고 씨와 거리가 먼 단어였다. 기부는 자신과 같은 소상공인이 아니라 성공한 사업가가 하는 거라 생각했다.
이듬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의 한 직원이 고 씨 가게의 단골손님이 됐다. 고 씨 부부가 직접 개발한 ‘돈가스 김밥’이 부산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때다. 이 직원은 부산 지역 언론에 고 씨 가게를 ‘맛집’으로 추천했다. 기사가 나간 뒤 가게 매출은 날개를 달았다. 고 씨는 그 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에 매달 10만 원씩 어린이재단에 기부를 약정했다.
기부를 시작한 이후 ‘돈가스 김밥’이 부산에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가맹점을 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고 씨 부부는 주식회사(케이비엠)를 설립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고 씨는 매달 50만 원, 100만 원으로 기부액을 늘려갔다. 그렇게 기부를 이어온 지 7년, 가맹점은 660곳으로 늘어났고, 기부액은 총 1억1200만 원에 이른다.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새학기 교복 지원(1500만 원) △바른 인성 캠프 사업(2000만 원) △어린이 환자 지원(1000만 원) 등 고액 후원을 시작했다.
“아주 적은 금액으로 기부를 시작했는데 저에게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기부를 하면 할수록 장사도 잘되고 일이 잘 풀리더라고요. 기부를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믿게 됐습니다.”
고 씨는 자신에게 기부는 “부적과도 같다”고 했다. 고 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소액이라도 꼭 기부를 시작하라”며 기부 전도사로 나선 이유다. 고 씨는 올해 6월 네팔에 다녀왔다. 지난해 네팔 지진 당시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는 사업에 써 달라며 400만 원을 기부했는데, 실제 학교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보고 현지 아이들도 만나고 싶어서다.
고 씨는 “직접 가서 현지 사정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열악했다”며 “특별히 좋은 건물이 들어선 것도 아닌데 선생님과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고 씨가 또 한번 기부를 늘려야 하는 이유를 찾은 순간이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 ‘그린노블클럽’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재단 상담센터(1588-1940, www.childfund.or.kr)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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