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만인보’ 집필 서재, 서울도서관에 재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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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직접 ‘만인의 방’ 이름 붙여… 육필원고-좌식탁자-필기구 등 전시

고은 시인(84)이 25년 동안 ‘만인보(萬人譜)’를 집필했던 경기 안성 자택의 서재가 옛 서울시청사인 서울도서관에 재현된다. 서울시는 21일 만인보 관련 자료 전시 공간인 ‘만인의 방’을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개관한다고 밝혔다. 만인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인물을 다룬 연작시다.

만인의 방에는 고은 시인이 육필로 쓴 ‘만인의 방’이라는 문구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 내용이 적힌 연보를 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민주화운동 등의 시기를 살아온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라며 “시인의 연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인보의 육필 원고뿐만 아니라 집필 당시 사용했던 좌식탁자, 필기구 등도 전시돼 있다. 개인물품인 안경, 모자, 옷도 볼 수 있다. 시를 쓸 때 참고했던 서적도 가득 쌓여 있다. 전시품들은 시인 고은이 기증한 것으로 만인보 구상부터 집필까지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 시대에 출판된 책은 거의 다 가지고 있을 정도다. 끝없이 지식을 추구한 작가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의 이름은 고은 시인이 직접 지었다. 그는 “‘만인보’ 대신 ‘만인의 방’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나도 만인보도 거기에 모두 포함된다”고 했다.

3·1운동 및 항일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육필 원고 자료가 전시된 ‘민(民)의 탄생’ 기획전도 마련됐다. 한용운, 이육사, 김구, 조봉암, 장준하를 비롯해 걸인과 기생이 경남 진주에서 만세운동을 벌인 ‘걸인독립단’ ‘기생독립단’ 등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만인보 육필 원고 1만여 장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 시민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21일 오후 2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은 시인 등이 참석한 개관식이 열린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고은 시인#만인보#서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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