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비를 동원해 운동장을 파헤친 경북 포항시 창포중학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포항시 북구의 이 학교는 부산대 연구팀이 지진 다음 날인 16일 운동장에서 액상화 추정 현상(샌드 볼케이노)을 발견한 곳이다. 동아일보 보도(11월 20일자 A5면) 뒤 학부모와 언론의 문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지하 배관 누수일 것”이라며 물이 나온 부분의 땅을 팠다. 하지만 배관은 멀쩡했다. 학교 측은 액상화 현상인지 부산대 연구팀에 자문하기로 했다.
당초 진앙 3km 이내 농지에서 보고됐던 액상화가 포항 도심은 물론이고 도시 전역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앙에서 10km 넘게 떨어진 해안가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점을 골라 정밀조사를 시작했다.
21일까지 액상화 의심 현상이 보고된 곳은 수백 곳에 이른다. 진앙인 포항시 흥해읍 용천리 반경 3km 내 농지에서만 200여 곳이 발견됐고 4∼5km 떨어진 논은 물론이고 7∼8km 떨어진 북구의 포항고와 창포중, 13km 떨어진 남구 송도동 해안가까지 의심 현상이 나타났다. 12월 개통할 예정인 포항∼영덕 동해선 철도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서도 액상화 현상이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과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시추장비를 1대씩 투입했다. 장비 수와 조사 시간도 한정되고 포항의 지질도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점 일부만 시추할 예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포항고와 창포중 운동장도 “이미 며칠이 지나 흔적이 많이 사라졌고 범위도 좁아 육안 조사만 하고 시추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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