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전 한눈에… 달라진 통학버스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8> ‘어린이 안심 통학버스’ 호평

17일 경북 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김혜영 씨가 휴대전화로 ‘어린이 안심 통학버스’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메시지에는 자녀가 통학버스를 탄 시간과 실시간 운행 상황을 알 수 있는 링크 정보 등이 담겨 있다. 김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예서야, 현서야. 잘 다녀와!”

17일 오전 경북 김천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혜영 씨(26)가 딸 최예서 양(25개월)과 아들 현서 군(10개월)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이들 앞에는 방금 도착한 노란색 어린이집 버스가 정차 중이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원장 김순옥 씨가 김 씨와 인사하는 동안 다른 교사가 남매를 카시트에 앉히고 안전띠를 맸다.

아이들이 통학버스에 오르고 30초 후 김 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SMS) 두 건이 도착했다. 어린이집 이름과 함께 방금 남매가 탄 통학버스 차량번호와 승차시간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메시지 속 ‘통학버스 위치 확인하기’라는 웹사이트 링크를 누르자 방금 떠난 통학버스의 현재 위치가 나타났다. 10여 분 후 버스가 어린이집에 도착해 아이들이 내리자 김 씨의 휴대전화로 다시 알림 메시지가 전달됐다. 김 씨는 “원장 선생님 권유로 10월부터 정보를 받고 있다. 오늘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가는데 이동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학부모와 어린이집 모두 만족

김 씨는 ‘어린이 안심 통학버스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교통안전공단이 처음으로 선보인 서비스다.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북 김천지역 어린이집 72곳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 84대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다.

이 서비스는 버스와 화물차 등에 부착된 디지털운행기록계(DTG)를 활용한다. DTG는 운행속도를 비롯해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사용, 운전시간 등 모든 운행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사고가 일어나면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쓰인다. 비행기 블랙박스나 마찬가지다. 2014년 대형 차량을 대상으로 의무화됐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 덕분에 실시간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휴식시간 준수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 장착 대상은 택시 및 사업용 대형 차량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에서 운행하는 9인승 정도의 소형 승합차량은 장착할 필요가 없다.

통학버스 운전자의 법 위반이나 과실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자 공단은 DTG를 통학차량에 적용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 승하차 정보는 가방과 차량 등에 달린 ‘비컨’(근거리 무선통신장치)과 스캐너를 통해 수집된다. 비컨은 블루투스 기술로 다른 사람에게 알림을 보내거나 정보를 주고받는다. 지난해에는 이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받아야 했지만 올해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참여를 꺼리던 일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주고 어린이와 운전자 모두의 교통안전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원장 김 씨는 “학부모 만족도가 무척 높다. 비컨 단말기의 정보 인식률도 높아 승하차 알림이 빠지지 않고 전달된다”고 말했다.

문선희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안전처 차장은 “통학버스의 실시간 운행정보를 학부모에게 공개함으로써 어린이 안전을 위한 상호 신뢰를 구축한 것도 긍정적 효과다”라고 말했다.

○ 어린이 교통사고 감소효과 ‘톡톡’

국내 교통사고 발생과 사망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 반면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교통사고는 반대다. 2012년 247건이었지만 2015년 288건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278건에 달했다. 인명피해도 큰 변화가 없다. 2012년 389명이던 사상자는 지난해 370명이었다. 감소세를 보이던 사망자도 2015년 4명에서 지난해 6명으로 늘었다. 세림이법(통학버스 안전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어린이 안전 관리와 감독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통학버스 안전에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천의 사정은 달랐다. 지난해 안심 통학버스 서비스에 참여한 김천지역 통학차량 53대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 이전보다 41%나 감소했다. 교통안전공단은 “김천시, 김천경찰서 등과 협의해 안심 통학버스 서비스 참여 차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다. 김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등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