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부산에서 한 30대 대학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교내에 붙었던 대자보 때문이었다. 제자 A 씨(26)가 그를 성추행을 저지른 파렴치한으로 모는 대자보를 붙인 것. 그런데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A 씨가 22일 징역형을 선고받았기 때문.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판사는 “A 씨가 붙인 대자보는 단순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진실로 인식되도록 표현해 교수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에 이르렀다”며 “A 씨는 당시 떠도는 (성추행)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여 죄가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부산 동아대 미술학과 학생들은 경북 경주시에서 야외 스케치 시간을 가졌다. 수업 후 교수와 학생들이 어울리는 술자리를 마련했는데, 이 자리에서 교수 중 누군가가 한 여학생의 속옷과 엉덩이를 더듬는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뒤 학교에는 미술학과 조교수 손현욱 씨(당시 34세)가 성추행을 한 당사자라는 소문이 퍼졌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교수가 이를 부정하는 진술서를 학교에 냈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해 5월 자신을 ‘목격자’라고 주장하며 교내에 익명으로 대자보를 붙였다. “학교에서 교수라는 신분으로 학생들에게 성추행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미술학과를 대표하는 교수로서 학생 전체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시라. 저는 증거사진을 들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시 교수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약 20일 뒤인 지난해 6월 손 씨는 부산 서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대자보 내용 때문에 매우 괴로워했다. 유족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대자보를 쓴 학생 A 씨를 조사했고, 이 결과 A 씨는 사건이 발생했던 야외 수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당사자도 따로 있었다. 피해 학생은 같은 해 10월 자신을 성추행한 교수는 미술학과의 다른 교수라고 밝혔다. 동아대 측은 조사 뒤 해당 교수를 파면 조치했으며, A 씨는 퇴학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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