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사는 사람들이 애 낳는 것, 짜증나”…누리꾼 상당수 ‘공감’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13시 48분


기사와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동아DB
기사와 관계없는 자료사진. 사진=동아DB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애 낳는 것 보면 짜증이 나요. ‘욕심 없이 키운다’고요?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욕심 부려도 해줄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요?”

22일 주부들이 주로 모이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상당수 회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교육비 증가와 집값 상승 등 아이를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젊은 부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저는 가진 것 별로 없다. 다른 사람들이 명품을 사든지 여행을 다니든지 그건 상관없다. 그냥 그건 어디까지나 고생도 본인이 하고 좋든 싫든 선택과 결과가 본인들한테 국한되는 것이다.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결혼해도 잘 살라고 말해주겠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그 이후로 가진 것도 없으면서 애를 하나도 아니고 줄줄이 낳고 ‘욕심 없이 키운다’는 둥 헛소리 하는 것 보면 그때부터 짜증이 난다”며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욕심 부려도 해줄 능력이 없는 것이지 않나. 그 부모는 짜증나고 태어난 애는 미래가 빤히 보이니 걱정스럽고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서도 털 알레르기라도 있다고 하면 다들 키우지 말라고 난리인데, 아이 낳는 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최소한 만 해 주면 하나는 키울 수 있다는 둥 부추기는 의견들이 많다”며 “아이 키우는 게 강아지 키우는 것보다도 우스운가 보다. 욕 하셔도 좋다. 그런데 제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9월 태어난 출생아 수(3만100명)는 2000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7년째 ‘초저 출산국(합계출산율 1.3명 이하)’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경제적 부담’도 꼽힌다. 최근 경기도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자녀가 한 명인 취업 주부 중 72.7%는 ‘출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중 ‘경제적 부담(25.3%)’ 때문이라는 답변은 두 번째로 많았다.

글쓴이의 의견에는 대체로 ‘공감한다’는 회원들이 많았다.

“아이 학교 친구 엄마가 재개발 동네 반 지하에 사는데 이번에 넷째를 낳더라. 아무도 축하한다고 안 하고 반응이 싸늘하다.” “가난을 굳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을까? 아이 하나 키우는 데에 드는 돈이 얼마인지 모르는 걸까?” “복지가 잘 된 나라는 국가에서 다 아이를 키워 준다. 아이가 미래의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그게 안 되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시스템” “청년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그나마도 대학 졸업 미뤄가면서 버티는 사람, 알바들 빼고 이 정돈데, 이래도 낳기만 하면 되나”등 댓글이 이어졌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애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 좌절감 안 느끼게 키우려면 평범한 집에서는 둘도 많다. 부모 사랑이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크면 클수록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나보다 100m 앞서 시작한 애들이랑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는데 그 아이들 좌절감은 생각 못하나” “애 키워보면 알 것이다. 돈이 없어도 사랑으로 키운다는 건 부모의 합리화 라는 것”이라는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이 글에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걱정 스럽긴 하지만 짜증까지 날 일이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면 그 아이가 무조건 가난하란 법 있나, 그 아이는 무조건 엄마를 원망할까. 저만해도 별로 부유하지 않은 동네, 학군도 별로 인 동네에서 태어났지만 대기업 다니고 사회에서 제 몫은 하고 산다” “그렇다고 연봉 얼마 이하, 순자산 얼마 이하는 자녀를 낳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가난’의 기준이뭔가. ‘부자’의 기준은 뭔가. 본인이 낳아서 키우겠다는데 참견할 것 없다. 가난한 사람도 사람이다” “‘잘 산다’는 것을 그저 돈으로만 대입하는 정신이라니. 그런 논리라면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 “아이를 돈으로만 키우나”라고 지적했다.

어떤 이는 “빈부의 문제를 넘어서 자식 낳을 자격 없는 사람은 많다. 돈은 있지만 자기 결핍으로 자식 억압하는 사람도 많고, 자기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해서 자식 불행하게 하는 사람 많다. 경제적인 것만이 자식을 낳고 낳지 말아야 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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