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고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구글의 위법 사실이 드러나도 솜방망이 제재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퍼지고 있다.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처벌은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 본사가 정부 조사에 협조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논란과 관련해 필요시 구글 본사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에 나설 계획으로, 구글 본사 측에도 조사 협조 요청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주요 외신을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 위치정보를 구글 본사로 전송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위치 서비스를 끈 상태에서도 정보 수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8명이 구글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23일에는 구글코리아 관계자들을 만나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구글코리아 측은 요구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인지, 위치정보법 위반인지 면밀히 검토해 법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구글 본사 측이 아직 방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본사가 한국 정부의 조사 요청을 거부해도 제재를 가할 만한 법적 권한이 있는지 여부도 해석이 갈린다.
구글코리아 조사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정보 수집을 어디서 지시했는지가 핵심인 만큼 본사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 한국 정부의 조사 요구를 거부한 전례가 있어 조사 자체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10년에도 사용자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자동차로 사진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본사로 전송해 무단수집 및 국내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시 국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구글은 본사 직원에 대한 소환요청 등에 응하지 않아 조사가 기소 중지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각국에서 스트리트뷰 규제 논란이 커지고 과징금을 잇달아 부과하자 방통위가 뒤늦게 재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2014년 들어서야 구글에 2억123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구글의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과징금 규모는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국내 포털업계는 해외에 있는 본사에 대해서는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실제로 국내법을 적용하더라도 글로벌 기업에겐 별다른 제재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민호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위치정보보호법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동의를 얻어야 하고 정보를 국외로 이전할 때에는 정부에 고지해야 하지만 구글은 이를 모두 어겼다”며 “구글이 위치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위반 사실이 밝혀져도 벌금은 최대 5000만 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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