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들, 4차 산업혁명에 가치를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한국동서철학회 추계학술대회 열어… 정신문화적 정체성 확립 등 논의

경제는 성장만 추구하는 괴물인가? 과학기술은 무한 질주를 허용받았는가? 경제와 과학기술이 인간의 행복과 자유, 창의와 정의, 복지와 공유를 간과한다면 가치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인문학자들이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한국동서철학회는 24일 충남대 인문대학 대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인문학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내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과 연구, 제안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가치와 방향, 목표 같은 보다 근본적 문제를 점검해 보자는 취지였다.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치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 4차 공유혁명으로’라는 제목의 기조발표문에서 “번영은 비참을 동반한다는 명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신기술이 인류에게 공공선이나 공통선의 확대에 기여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을 인간에 대해 보호하는 것이 철학의 유일한 의무’라는 말을 남겼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매몰되지 말고 인류 공동의 인도적 가치를 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원대 교양교육원 송석랑 교수는 ‘4차 산업시대의 철학―관념론의 보루와 균열에 대하여’를 통해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인공기관으로 인한 탈정신화와 탈신체화 현상이 이질적 삶의 양식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철학은 정신과 신체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한편 삶의 가치를 재편할 이론적 실천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운대 교양학부 민황기, 박용태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융합 콘텐츠와 전통문화의 의미’를 통해 “한국 첨단과학의 메카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세워졌던 대덕과학문화센터는 ‘허(虛)’의 개념을 도입해 투명, 소통, 여유, 느림, 희열을 강조한 건축으로 10년간 과학자와 기업인들의 각광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신문화적 정체성의 확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충남대 철학과 이종성 교수는 ‘연암 박지원의 철학사상에 나타난 장자 제물론의 사유체계’에 대해 발표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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