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나눔은 이웃을 돕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베푸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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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순 은경의료재단 이사장

김말순 은경의료재단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이웃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건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김말순 은경의료재단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이웃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시작한 건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나눔은 이웃을 돕는 게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베푸는 일인 것 같아요.”

이웃의 온정(溫情)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수년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가운데 김말순 은경의료재단 이사장(65)은 부산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 리더로 손꼽힌다.

“아주 우연히 들어서게 된 길인데, 일을 하면 할수록 참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이사장은 건설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덕에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다. 부산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결혼하며 순탄한 삶을 이어갔지만 얼마 후 큰 시련을 안게 된다. 결혼 3년 만인 1980년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1남 1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것. 얼마 후 의지하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고통은 배가됐다. 김 이사장은 “고통스러웠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할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28세의 어린 나이에 남편이 하던 운수업을 이어 받아 사업 일선에 뛰어들었다. 건축, 부동산, 제조 등 여러 사업을 거치며 어느덧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인복(人福)이 좋았던 것 같다. 순수한 동기로 사람을 대한 게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모든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우연히 사회복지사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워낙 생소한 분야라 망설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경남 창원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갑자기 직장을 잃은 외국인 근로자를 모아 식사를 챙겨주는 김 이사장의 모습을 본 공무원들이 복지사업을 권한 것이다.

간호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노인 재활치료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재단을 세우고 매물로 나온 병원의 일부 건물을 매입했다.

그는 “단순히 몸이 아픈 노인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다양한 재활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4년 부산 동구에 문을 연 인창요양병원은 2008년 확장하면서 583병상을 보유한 단일 병원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요양병원이 됐다. 올해 9월에는 355병상의 인창대연요양병원을 추가로 설립했다. 이 병원을 개원하며 200여 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한 공로로 최근 부산시 등이 주최한 ‘제9회 부산고용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재단 산하에는 의료법인 외에도 노인건강센터 등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행복한 오늘’도 있다.

그는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던 여러 어르신을 도와 가슴이 벅찼던 각종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 채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 사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비하면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봉사단 단장을 지내면서 2년 전엔 모금회가 인정하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57번째 회원으로 가입했다. 매년 2000만 원 이상을 이웃에 전달하고 있다.

부산시노인복지협회장, 부산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산지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여성가족부 장관상, 부산시장상 등을 받았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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