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8일 전남 고흥 육지에서 4km가량 떨어진 득량도까지 실제 우편물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드론에 실린 박스에는 득량도 주민에게 배달되는 총 8kg의 소포와 등기가 담겼다. 그동안 택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드론 배송을 시연한 적은 많았지만 실제 우편물을 드론을 통해 배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3시 전남 고흥 선착장에서 출발한 드론은 고도 50m 상공으로 날아올라 4km의 바다를 건너 득량도 마을회관에 착륙했다.
득량도 우편업무를 10년간 맡아온 집배원 장인길 씨(49)가 우편물을 꺼내자 드론은 다시 날아올라 바다 건너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이륙→비행→배송→귀환’ 전 단계는 미리 입력된 좌표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졌다. 원격조종으로 띄워진 드론 택배 왕복에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드론 배송 전에는 장 씨가 고흥군 도양읍 육지에 있는 우체국으로 출근해 우편물을 챙긴 뒤 선착장에서 오전 8시 20분 배를 타야 했다. 40∼50분가량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한 뒤 50여 가구가 사는 득량도 내 우편물을 배송했다. 장 씨는 “배를 타고 우편물을 가져오려면 왕복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드론으로 하니 20분으로 줄었다”며 “기상 상황으로 배가 뜨지 않을 때도 드론 택배는 가능해 주민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우편물 배송용 드론을 제작해 올해 4∼8월 고흥과 강원 영월의 산지에서 시험 운용을 하며 안전성을 점검해 왔다. 이 드론은 20km 이내의 거리를 시속 30km로 날 수 있다.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무게는 10kg 이내다. 우정사업본부는 드론을 이용한 우편물 배송을 2022년부터 상용화해 본격 서비스할 계획이다. 그전까지 고흥과 영월은 드론 택배와 기존 집배원 배달 시스템을 병행할 계획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내년에는 드론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비 및 운용 요원을 교육할 것”이라며 “2019∼2021년에는 도서 및 산간지역 10곳에서 드론 배송 실증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론 배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외국에서도 뜨겁다. 상업용 배송 드론 상용화를 추진해온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2.3kg 상품 배송 서비스에 성공한 뒤 자체 항공교통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2015년 드론 배송을 테스트했고 택배업체 순펑쑤윈은 중국 최초로 상업용 드론 운항 승인을 허가받아 물품 배송에 성공했다. 독일 DHL은 2014년 정부 허가를 받고 긴급 배송이 필요한 의약품 드론 배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미 정부의 우편 서비스에 드론을 도입해 사용 중인 국가도 많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우편물 드론 배송을 정규 집배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무인항공기 회사인 아텍시스와의 협력으로 2015년 9월 1.5kg의 물체를 14km 이상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 우체국은 올 3월부터 미국 드론 제작사인 매터넷과 손잡고 이탈리아 국경 근처 루가노 지역의 병원 두 곳에서 실험실 샘플을 주고받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은 운송 인력난과 비용 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우체국 화물 수송에 드론을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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