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제부금 인상 요구 1만2000명, 개정안 논의 불발에 국회 진출 시도
경찰에 막히자 대교 남단서 농성… 일부는 다리 진입… 70분만에 해산
오후 8시 넘어까지 일대 ‘주차장’… 文정부 첫 대규모 불법시위
경찰 “집행부 사법처리 검토”
서울 영등포구와 마포구를 연결하는 마포대교가 불법 시위대에 1시간 넘게 점거됐다. 퇴근길 기습 점거로 양방향 통행이 가로막히면서 마포대교 남북단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지난해와 2013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한남대교 일부 차로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양방향이 모두 막힌 건 2004년 전농이 성수대교 등을 점거한 뒤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불법 시위다.
28일 오후 5시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 9000여 명(경찰 추산)이 마포대교 남단을 점거했다. 이 중 2000여 명은 마포대교 북쪽 방향으로 약 200m까지 진출해 왕복 10차로를 막았다. 경찰은 마포대교 전 차로와 강변북로와 연결된 진입로 등 주변 도로를 전면 차단했다. 이 여파로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일부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시위대를 향해 “왜 도로를 막느냐. 당신들 권리만 권리냐”고 소리쳤다. 이에 시위대 일부가 “이 ××야”라고 욕설을 퍼붓는 장면도 목격됐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직장인 김모 씨(37)는 “인도까지 꽉 막혀 평소 10분이면 갈 버스 정류장까지 3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후 5시 29분 자진 해산을 요청한 뒤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 강제 해산을 시도하면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해산 절차를 진행했다. 자진 해산을 유도했지만 통하지 않아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점거 농성은 오후 6시 10분경 끝났지만 정체는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앞서 건설노조는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는 퇴직공제부금을 5000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퇴직공제부금은 건설노동자에게 주는 일종의 퇴직금으로 사업주가 근로일수만큼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공제회가 지급한다.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하루 4000원으로 동결돼 있다. 또 덤프트럭, 레미콘 등을 조종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퇴직공제부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상습적인 고용불안, 임금체불과 산재에 신음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퇴직공제부금은 최소한의 기본적 사회보장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4시 반경 국회 소위에서 개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흥분한 시위대 일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 국회 내부로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의 제지로 국회 진출이 막히자 시위대는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마포대교 쪽으로 행진한 뒤 다리를 점거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근로자법이 논의조차 되지 않아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문제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11일부터 광고탑 위에서 고공 시위를 벌이던 조합원 2명은 이날 오후 8시경 자진해서 내려왔다. 이날 건설노조 집회와 불법 행진 과정에서 시위대 2명과 경찰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건설노조 집행부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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