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작은 먼지 때문에 큰불이 날 수 있다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겨울철 화재의 원인 ‘먼지’

16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초구 교육대학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큰불과 함께 연기가 인근 지역으로 퍼져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동아일보DB
16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초구 교육대학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큰불과 함께 연기가 인근 지역으로 퍼져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영은 최근 사는 곳 인근에서 순식간에 연기로 주변을 뒤덮은 큰불을 겪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엄마: 그래, 전열기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습도가 낮고 정전기 발생이 많아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화재 발생이 다른 계절보다 많은 편이지.

서영: 얼마 전 등교하면서 하늘이 어두워져 저는 먹구름인 줄 알았는데, 인근에서 발생한 불로 인한 연기였어요. 불이 옮겨 붙나 싶어 많이 놀랐어요.

엄마: 그런데 대형 화재에는 먼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서영: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먼지가요?

낡은 창고에 붙은 작은 불은 바람이나 작업 등으로 인해 다량의 먼지가 솟구쳐 점화될 경우 공중에서 순식간에 거대한 불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아래, 공연장이나 영화관 계단식 객석 아래, 방치된 창고 등 어둡고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아 모르는 사이에 많은 먼지가 쌓여 있는 곳이라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 도형의 특성으로 알아본 먼지의 위험성


보통 우리는 먼지를 특별한 인화물질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먼지가 위험 물질일까요? 이 해답을 도형의 특성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3cm인 정사각형을 생각해봅시다. 이 정사각형을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9조각으로 자른다고 가정합니다. 작은 정사각형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모두 1cm가 됩니다. 이때 사각형의 전체 넓이는 자르기 전이나 후 모두 3cm×3m=1cm×1cm×9=9cm²로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습니다.
 
(원래 정사각형 넓이) 3cm×3cm==9cm²
(작은 정사각형 넓이의 합) 1cm×1cm ×9=9cm²
(원래 정사각형 둘레) 3cm×4=12cm
(작은 정사각형 둘레의 합) 1cm×4×9=36cm


그러나 자른 후 작은 정사각형에서 외부와 접하는 변의 길이는 변합니다. 다시 말해 자르기 전 원래 정사각형의 둘레의 길이는 3cm×4=12cm이지만 자른 후 9개의 정사각형의 둘레의 길이의 합은 1cm×4×9=36cm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른 후 정사각형의 총 둘레는 자르기 전보다 2배나 늘어난 것이지요.

이번에는 정육면체를 같은 방법으로 잘라봅시다.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각각 3cm인 정육면체를 생각해봅시다. 이 정육면체를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cm인 정육면체로 자른다고 할 때 모두 27개의 정육면체로 나뉘고, 전체 부피는 자르기 전이나 후 모두 3cm×3cm×3cm=1cm×1cm×1cm×27=27cm³로 변함이 없습니다.
 
(원래 정육면체 부피) 3cm×3cm×3cm=27cm³
(작은 정육면체 부피의 합)
1cm×1cm×1cm×27=27cm³
(원래 정육면체의 겉넓이) 3cm×3cm×6=54cm²
(작은 정육면체 겉넓이의 합)
1cm×1cm×6×27=162cm²

그러나 자른 후 작은 정육면체에서 외부와 접하는 사각형의 넓이는 변합니다. 다시 말해 자르기 전 정사각형의 겉넓이는 3cm×3cm×6=54cm²이지만 자른 후 27개의 정육면체의 겉넓이의 합은 1cm×1cm×6×27=162cm²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더 작게 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예는 어떤 것이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그 조각이 작으면 작을수록 겉넓이가 매우 커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작을수록 위험할 수 있다


불은 물체의 겉면, 즉 표면에 붙습니다. 가연성 물질이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부분이 표면이기 때문입니다. 장작불을 붙일 때 신문이나 종이를 찢어서 불쏘시개로 쓰는 게 이런 이유이지요.

단일한 물질 덩어리는 비교적 느리게 탑니다. 주변의 공기와 직접 접촉하여 연소가 일어날 수 있는 겉넓이가 작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질 덩어리가 부서져 먼지 조각이 되면 공기와 접촉해 연소할 수 있는 표면의 겉넓이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지요. 만일 어디에 불이 붙으면 불은 한 먼지 알갱이에서 다른 먼지 알갱이로 신속하게 번지게 되고, 불이 순간적으로 번지는 돌발적인 불길이 됩니다. 만일 공기 중에 먼지의 밀도가 크다면 공기 전체가 불길에 휘말리는 불기둥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수많은 작은 물체들은 부피와 재질이 같은 커다란 물체 하나보다 화재를 당할 위험이 더 큽니다. 숲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 숲 바닥에 엄청난 톱밥과 나무 조각을 깔아 놓는다든지, 오래된 창고에 먼지를 방치해 두는 것은 작은 소용돌이에도 불꽃을 바로 높이 치솟게 하는 위험한 행동이 되겠지요. 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액체나 분말 분사 소화기는 이러한 원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물질이 산소와 접하는 것을 차단합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가장 많은 화재 발생건수를 보이고, 특히 대형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화기를 취급할 때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평소 주변에 인화 물질이나 먼지 등 어떤 위험요소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대비해 올겨울은 화재 등 재난 없는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 가운데 그 수학적 원리도 생각해보면 더 좋겠지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겨울철 화재의 원인#먼지로 인한 화재#먼지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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