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길로 잘 알려진 전남 담양군 담양읍의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1972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된 전 담양군수 김기회 씨가 메타세쿼이아 길을 찾아 조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해 관광객 56만 명이 찾은 명소인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조성한 사람이 담양군수를 지낸 김기회 씨(92)로 밝혀졌다.
담양군은 담양읍에서 금성면 원율리까지 5km 도로에 메타세쿼이아를 처음 식재한 사람은 김 씨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가 1972년 메타세쿼이아 1300그루를 심었다는 것은 담양군지, 가로수 관리대장을 통해 최근 확인됐다. 그동안 담양 메타세쿼이아 첫 식재자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해 여러 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됐다. 또 정부 가로수 시범사업으로 조성됐다고 알려지는 등 혼선이 바로잡히게 됐다.
김 씨가 1972년 담양군수에 재직할 당시 담양읍∼금성면 원율리는 관내에서 유일한 포장 도로 구간이었다. 그는 해당 도로 구간이 평야여서 빨리 자라고 수형이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를 심으면 멋진 풍광을 자랑할 것이라고 판단해 군 사업으로 추진했다.
당시 군 예산이 빠듯해 지역 일부에서는 ‘돈도 없는데 무슨 나무를 심냐’며 반대했다. 또 일부 농민들은 ‘그늘이 생겨 농작물 성장에 지장이 있다’며 걱정했다. 김 씨는 지역사회를 설득해 메타세쿼이아 5년생 묘목을 심은 뒤 고사,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현재 담양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4700그루 가운데 그가 심은 담양읍∼금성면 50년생 1300그루가 가장 오래됐다. 몇 년 뒤 메타세쿼이아 3400그루가 순차적으로 심어졌다.
19대 담양군수를 지낸 김 씨는 지난달 28일 현 42대 최형식 군수를 만나 메타세쿼이아 숲길 조성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는 “45년 전 일부 반대를 설득해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조성했는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 명소가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담양군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안내판과 군청 홈페이지에 첫 식재자가 김 씨이며 군 자체 사업으로 추진했다는 내용을 싣기로 했다. 담양군 한 관계자는 “김 씨의 앞선 식견 덕분에 담양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갖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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