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밀집지 격차 해소위해 특구 지정해 외국어교육 활성화
전교조 “불평등 심화” 2기 사업 반발… 의지 보이던 서울교육청 끝내 포기
“어른들 정치 싸움에 아이들만 피해”
정부가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한 2기 교육국제화특구사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교육국제화특구 신청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를 신청 예정 지역인 3개구(구로·금천·영등포)에 통보했다.
교육국제화특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국어 및 국제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학교 및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국가교육과정을 적용받지 않아 교과 편성에 자율성이 부여된다. 1기(2012∼2017년) 사업 때는 대구 북구 달서구, 인천 연수구 서·계양구, 전남 여수시 등 5곳이 지정됐다.
현재 모집 중인 2기(2018∼2022년) 사업은 1기와 달리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을 지정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시군구의 신청을 받아 2기 사업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올해 6월부터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를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한국인 학생이 빠져나가는 ‘교육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을 ‘교육 적폐’로 꼽아 집요하게 반대했다. 영어 등 외국어 수업을 확대하는 ‘특권 교육’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신청을 1년 유예하고 그동안 법령 손질을 건의하겠다”며 물러섰다. 최근 세종시교육청도 특구 신청을 철회했다. 이에 교육부는 “5년마다 종합육성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어 내년에는 신청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반대로 인해 2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만5122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다문화 학생의 27%가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에 몰려 있다. 이곳에 있는 A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2.4%나 된다. 문제는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면 한국인 학생이 급속히 빠져나간다는 점. 지난해 다문화 학생 비율이 15% 이상인 학교는 9개교였으나 1년 만에 21개교로 늘었다.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되면 다문화 학생은 한국어를, 한국인 학생은 중국어를 배우는 자율적 교과 편성이 가능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세계시민교육도 필수적으로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특구 도입에 찬성한 B초교 교장은 “(전교조가) ‘수월성 교육만 시킨다’ ‘정치인들이 특구 지정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등 정치적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서로의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며 잘 지내고 있는데,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교육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초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전교조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내부에서는 “전교조가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 기존 학생들이 떠나는 것을 막고 국제적인 인력 양성 학교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정책이었다.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돼 유예된 것은 안타깝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전남 등 나머지 시도의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신청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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