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문 채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윤태진(30)이 4일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스토커’가 최근 보내온 협박성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것도 관심이고 사랑이겠지 싶어 무대응이 답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건 정말 공포다. 제발 그만해 달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윤태진 측은 곧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스토킹(Stalking) 범죄 관련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스토킹 관련 현행법은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항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이다. 처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에 그친다. 실제 강간·추행 등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한 경찰은 좀처럼 개입하지 않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발생 건수는 555건으로 전년 대비 35%(192건) 증가했다. 실제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고려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스토커를 상대로 법적 처벌을 받게 할 방법은 달리 없는 걸까. 스토커가 지속해서 피해자에게 문자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한 ‘사이버 스토킹’의 경우도 처벌이 가능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제 1항 3호에 따르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스토킹 피해 건(118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행위’였다.
윤태진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메시지 내용을 보면, 스토커는 그가 사는 아파트를 언급하며 “아파트 앞이다. 안 자는 거 안다. 불 켜져 있네. 당장 나와라, 뺨 한대 맞아줄 테니, 벨 누를까?, 소리 한번 칠까”라고 하고 있다. 소속사는 “단발성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왔으며 단순히 팬으로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관심이 아닌 당사자로 하여금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한 언행으로 법적 처벌의 근거가 명백”하다고 밝힌 상태다.
사이버범죄연구회 회장인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아닷컴에 “문자메시지는 문언에 해당하며, 상대방에게 2번 이상 메시지를 보냈다면 ‘반복성’이 성립된다”며 “법적으로는 해당이 되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다. 피해자가 실제 해당 메시지로 인해 공포심을 느꼈는지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죽이겠다’ 등 수위가 높은 협박성 발언이면 인정이 쉽겠지만, 메시지 내용이 애매할 때도 있다. 여기에 ‘보내지 마세요’ 등 메시지로 거절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간 경찰에 신고를 한 내역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안 취했다면 법조인들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정말로 불안감을 느꼈는지’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피해자가 해당 메시지 등으로 실제 공포심·불안감을 느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피해자가 스토커의 회유에 넘어가거나 보복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해진다.
티에스 법률사무소 양연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동아닷컴에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요즘은 스토킹에서 살인 사건 수준에 가까운 그런 것들이 많아서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아직도 별 것 아닌 범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공포심·불안감’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의 경우 추상적인 개념인데, 형법에서는 명확한 기준과 입증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공포심·불안감’의 경우 기준을 어디에 둘 지가 명확하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 정도가 다를 수도 있는데)개인의 특수함을 고려하기도 어렵다. 수사관마다 이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특히 메시지 내용이 누가 봐도 위협을 느낄만한 내용이 아닌, 단순 사랑고백 등으로 여겨지는 경우는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현실에서는 스토킹 메시지를 받자마자 삭제해 버리는 분들도 많다. 이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메시지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삭제하는 경우가 있어 입증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토킹 범죄 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이 법안엔 ▲누구든지 스토킹 범죄를 알게 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 신청 시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스토킹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의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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