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소년소녀가장 200여 명의 자립을 도운 ‘기부 대모’ 김정실 프라움악기박물관장(62)의 사연(본보 10월 16일자 A16면)이 알려지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후원 문의가 밀려들었다. 김수관 조선대 치과대학병원장(53)도 그중 한 명이다. 기존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후원해온 김 원장은 본보 보도를 접한 뒤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가입을 신청했다.
동아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저소득 아이들 영웅을 찾아’ 시리즈(10월 16일∼11월 20일)를 통해 소개한 후원자 6명의 사연이 전국 각지의 또 다른 영웅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김 원장처럼 그린노블클럽에 새로 가입한 사람이 두 달 새 16명으로 늘었다고 4일 밝혔다. 그린노블클럽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기부 천사들’의 모임이다.
지난달 28일 부부가 나란히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한 강동화 제스코마트 회장(52)과 현영미 씨(47)의 사연은 한때 ‘분유도둑’이 될 뻔했다가 슈퍼마켓 주인의 배려로 어려운 시기를 견딘 남미화 작가(36·여)의 이야기(본보 10월 30일자 A12면)와 겹친다.
2001년부터 제주도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강 회장은 배가 고파 과자를 훔치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수도 없이 타일러왔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또래처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200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1억 원 이상을 후원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데 이어 최근 또다시 2억 원을 추가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부모의 선행을 보고 자란 맏딸 현주 씨(22)는 요즘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지도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영식 범한산업㈜ 대표(58)는 “‘남을 배려하는 삶’이라는 좌우명을 실천하다 보니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하게 됐을 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다. “돈이 풍족하면 나누는 게 당연하다”며 “제 기부가 대단한 것처럼 기사를 쓰지 말라”고 당부한 최신묵 ㈜가이아 대표(66·본보 11월 6일자 A16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그린노블클럽 회원인 김영후 메디신월드약국 대표(58)는 2012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베풂의 삶이 일상화돼 있다. 이태호 ㈜정진뉴어반 대표(54)와 아내 김용비 씨(53)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경기 김포시 생태공원에 숲 가꾸기를 지원하고 있다.
후원의 뜻을 마음에 품은 채 세상을 떠난 영웅도 있다. 경기도 지역의 A 씨(84·무직)는 알뜰살뜰 모아온 5700만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기부한 데 이어 남은 재산도 기부하겠다는 뜻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밝혀왔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그린노블클럽 후원 약정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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