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출범… 제주의회 ‘지방공휴일 지정’ 예고
추모위령 등 100여개 사업 진행… 암매장 피해자 보상도 추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사건의 아픔을 공유하며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내년은 4·3사건 발발 70년이 되는 해로 희생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축을 이뤄 제주 지역에서는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서울에서는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출범했다. 제주도는 내년을 ‘4·3 70주년, 제주방문의 해’로 선포했으며 제주도의회는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는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주4·3 유적지를 소개한 ‘4·3 길을 걷다’ 지도 2만 부를 제작 배포한다고 5일 밝혔다. 유적 지도는 제주4·3평화공원,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북촌 애기무덤, 동광 큰넓궤 등 유적지 43곳의 위치와 개요 등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제주도가 조성한 ‘4·3길’과 제주4·3평화재단의 ‘4·3 아카이브’를 온라인으로 연동시켜 유적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제작된 지도는 제주4·3평화공원과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제주공항 관광안내소, 국내 주요 관광지 안내소에서 배부한다. 강호진 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등이 풍광이나 관광명소 등 눈에 보이는 곳뿐 아니라 4·3 역사 현장을 찾아가 숨겨진 이야기를 확인해야 제주의 진면목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내년을 4·3사건 세계화를 위한 원년으로 삼기 위해 ‘제주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국비와 지방비 등 100억 원가량을 투입해 추모위령, 문화예술, 학술, 교류협력, 세대전승 등 5개 분야에서 100여 개 사업을 펼친다.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4·3 당시 암매장된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피해자 배상 및 보상을 추진한다.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어린이체험관을 조성하고 4·3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UNESCO)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 신고를 추가로 접수할 예정이다. 정부 심의를 거쳐 올 10월 말 현재 사망 1만244명, 행방불명 3576명, 후유장애 164명, 수형자 248명 등으로 결정됐다. 유족은 5만9426명이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4·3사건 관련자들이 받은 유무형의 피해는 상당했다. 유족이나 가족은 공직 진출이나 해외여행 등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찰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 ‘폭도 집안’이라는 누명을 쓰기도 했고 한 마을에 가해자, 피해자가 함께 살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건 자체를 금기시했던 군사정권을 지난 뒤 1989년 재야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제1회 4·3추모제’가 거행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4·3사건은 6·25전쟁과 더불어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실시됐으며 2000년 특별법 제정, 2014년 국가기념일 지정 등으로 명예회복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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