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계가 돌아가듯 칼군무를 추는 20대 힙합 소년 7명이 세계 음악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의 ‘DNA’ ‘MIC Drop’ ‘봄날’ 등이 전 세계 앨범 차트와 아이튠스 차트에서 전체 순위 1위를 석권하고 있으며,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핫 100)와 앨범 차트(빌보드 200)에 연속 진입하고 있습니다.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라이브 단독 무대에 서는 등 주요 뮤직 어워드를 휩쓸고 있습니다. 미국 ‘피플’지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이라고 소개했고, 빌보드는 ‘사회적 인식을 담은 아티스트적 접근이 성공 비결’이라고 평가합니다.
1980년대 중반 ‘뉴 키즈 온 더 블록’에 열광하고 조용필 노래를 따라 불렀던 세대나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빠져들었던 ‘X세대’에겐 방탄소년단 열풍이 낯섭니다. 빅뱅, 트와이스, 엑소 등 뛰어난 아이돌 가수가 많은데도 방탄소년단의 해외 인기는 특별합니다.
어떤 이는 그들의 칼군무와 강력한 퍼포먼스를, 어떤 이는 세련된 힙합 음악과 팬들과의 소통을 말합니다. 강력한 팬덤을 꼽기도 합니다. 7명의 소년은 트위터, 유튜브(방탄밤), 브이라이브 등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합니다. BTS 팬클럽 아미(A.R.M.Y)는 천만대군입니다. 트위터 팔로어가 1000만 명을 넘습니다. 빅뱅(142만 명)과 트와이스(169만 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BTS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해외 팔로어 비율이 약 88%라고 합니다. 이런 강력한 팬덤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음악세계와 노랫말에 주목해 봅니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에는 달콤, 기쁨, 행복보다는 거친 세상에 부딪히는 아픔이 많습니다. ‘내 일주일 월화수목 금금금금’(고민보다 Go)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일갈하며 ‘6포 세대’(쩔어)인 청춘들의 처지를 위로합니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 대신 각박한 현실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자들의 아픔과 소외감이 담겨 있습니다. 인생의 민낯을 솔직히 드러내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위로해줍니다. ‘아 노력 노력 타령 좀 그만둬’(뱁새)라고 기성세대를 비판하거나,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봐’(No More Dream)라며 좌절하는 청춘을 일으킵니다. BTS의 노래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삶이 녹아 있는 리얼리즘적 비판 서사입니다.
지방 출신으로 비주류 기획사를 통해 성장했지만 자작곡을 만들 능력이 있고 노래, 춤, 영어실력, 외모 등 모든 것이 우월한 우상들이 낮은 자세로 대중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는 태도에서 팬들은 진정 세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반 갈 곳 잃고 방황하는 청년들을 ‘교실 이데아’로 달래줬던 서태지와 아이들 역할을 이제 방탄소년단이 대신합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를 총탄에 비유한다면 ‘방탄’은 위로와 공감의 안전망이겠지요.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우리 대중문화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으며 케이팝의 지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저력의 밑바탕은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실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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