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로 재직할 당시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 등의 행동으로 징계를 받고 퇴직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3기)가 7일 법원행정처의 ‘징계사면’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혁신처에서 특별사면(징계사면) 대상자를 파악해 달라는 공문이 법원행정처에 왔는데, (법원행정처가 나를) 징계사면 대상자로 회신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회신자료에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돼 있어 내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전 부장판사는 사면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징계 받았던 이유가 된 내 당시 행동에 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다. 아직도 나는 떳떳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 사면 받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정권 바뀌고 대법원장 바뀌었다고 사면 받으면 안 그래도 적폐세력이 ‘좌파’니 ‘이념편향’이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모략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님이나 대법원장님께 누가 될 것 같다”며 “그건 정말 원치 않는다. 그래서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주심을 맡았던 이 전 부장판사는 2012년 영화 개봉 이후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당시 재판부 전원이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며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해 법원조직법 위반으로 6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다. 이 전 부장판사는 2011년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등 이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을 올려 논란을 빚었으며, 2013년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은 이웃 주민의 차를 파손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퇴직 후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지만, 변협은 법원의 징계 전력을 이유로 2014년 4월 등록을 거부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퇴직한 자에 대해 변협은 변호사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불복한 이 전 부장판사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변협을 상대로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 2심은 “변협이 아닌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청구를 각하했고, 지난 3월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 전 부장판사가 변협을 상대로 낸 회원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대법원 사건에서 2심 판결이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곧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변호사 등록이 거부된 이 전 부장판사는 현재 소형 로펌인 법무법인 동안에서 사무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무장은 행정과 송무 등 로펌의 실무를 맡지만 사건을 직접 수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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