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삿포로 1.9km 지하도 조성… 5년간 보행자 통행 2.9배 늘어
서울도 도로구조 개선작업 진행… 상습 불법 주정차 등 난제 많아
도심 거리의 주인공을 차량에서 보행자로 바꾸는 건 세계적 추세다. 처음에는 보행자 안전이 목적이었다. 지금은 도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는 6개월 가까이 눈이 쌓이는 곳이다. 보행 환경이 차량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 1971년과 2011년, 40년의 차이를 두고 삿포로시 중심가에 2단계에 걸쳐 지하도가 만들어졌다. 약 1.9km의 지하도는 삿포로를 잠들지 않는 도시로 바꿔놓았다. 지하공간을 통해 주변 대부분의 빌딩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주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늘었다. 올해 삿포로시 조사 결과 지하도 개통 후 5년간 보행자 통행이 2.9배 늘었다.
한국에서도 도로를 보행자 중심 구조로 바꾸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의 경우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 전용로로 바꾼 ‘서울로 7017’이 개통했다. 강서와 양천 도심을 단절했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보행권 안전 확보를 위해 중요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형 유통시설이나 전통시장, 종교시설 주변 지역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 버스의 불법 주정차를 양성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쪽에선 보행자를 위해 도로를 통제하고 다른 쪽에선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경제성을 따지며 보행자보다 차량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 안팎인 서울 지하철 강남역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단 한 개도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민우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차량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보행친화정책은 이제 도시 경쟁력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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