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며 “원점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경우 영역별로 2, 3개 정도까지 틀리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시험”이라고 밝혔다. 1등급 인원이 10%가 넘은 영어 영역에 대해선 “영어 절대평가가 2021학년도 수능까지 현 체제대로 유지되는 만큼 예년과 같은 난이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용지물 영어 절대평가
올해 수능의 국어, 수학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국어 134점, 수학 가형 130점, 수학 나형 135점이다. 국어는 전년에 비해 5점 낮아졌고 수학 가형은 지난해와 같았으며 수학 나형은 2점이 낮아졌다. 표준점수가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시험이 쉬웠다는 뜻이다.
국어는 올해 쉬워지면서 만점자 비율이 지난해 0.23%에서 0.61%(3214명)로 늘었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가형은 0.1%(165명)가 만점을 받아 지난해(0.07%)보다 소폭 상승했다. 문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0.1%(362명)가 만점을 받아 지난해(0.15%)보다 약간 줄었다.
수학 나형의 1등급 비율이 4%의 두 배에 육박한 데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상위권을 변별할 킬러 문항이 지나치게 어려워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1등급 커트라인인 129점(원점수 92점으로 추정)에 무려 1만9937명의 학생이 몰려 1등급대 학생의 경합이 그만큼 치열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영역은 처음으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영어였다. 채점 결과 영어는 1등급 인원이 10.03%(5만2983명)에 달했고, 2등급은 19.65%(10만3756명)나 돼 사실상 수험생 10명 중 3명이 2등급 이상을 받았다. 이는 1등급 인원이 6∼8%일 것이라 내다봤던 교육계의 전망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영어 1등급 인원이 대폭 늘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은 상위권 대학 입시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기관들은 “2등급 인원도 워낙 많아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은 물론이고 수도권 대학이나 지역 거점 국립대 지원 시에 영어 영역이 2등급 이하면 치명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리한 대학별 ‘최적 산술식’ 찾아야
입시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은 뒤 본인의 수능 성적 중에서 어떤 영역이 유리한지 분석해 가장 최적의 반영 조합을 찾아 대학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학에 따라 국·수·영·탐 등 4과목이 아니라 국·수·탐 또는 국·영·탐 등 3과목만 반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중하위권 대학은 국어·수학 표준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탐구와 마찬가지로 백분위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상당히 많아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위권 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서울 소재 대학들은 주로 가군과 나군에 많이 몰려 있어 이들 수험생에게는 사실상 두 번의 지원 기회가 있다. 중위권 점수대는 수험생이 가장 많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최적의 영역별 반영 조합을 꼼꼼히 확인해 세 번의 지원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하위권 학생은 합격 위주로 2개 대학을 선택하고 나머지 1곳은 소신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중위권 수험생들이 합격 위주의 하향 지원에 나서면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합격선이 올라갈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상위권 대학 가군과 나군은 사실상 두 번의 기회가 있다”며 “세 번의 지원 기회를 적정 수준 지원, 소신 지원, 안정 지원으로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입시기관들은 서울 주요 대학 인기학과의 국·수·탐 표준점수 합격 커트라인을 390점 안팎으로 내다봤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서울대 의예과와 경영대 합격선을 모두 397점으로 내다봤고, 대성학원은 각각 396점과 395점을 예상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서울대 의예과를 395점, 경영대를 397점으로 예상했다.
▼ 수능 만점 15명… 재학생 7-졸업생 7-검정고시 1명 ▼
평가원, 만점자 수 처음으로 공개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1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총 15명이라고 밝혔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각각 7명이고 검정고시 출신이 1명이다. 평가원이 수능 만점자 수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평가원은 서열화, 점수 지상주의 등을 우려해 수능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만점자 수를 공개한 건 수능이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입시업체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취합된 올해 수능 만점자 수는 졸업생 9명, 재학생 2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성 원장은 “채점 결과를 토대로 보면 수능이 재학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거나 졸업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골고루 비슷한 난이도의 시험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과거 수능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만점자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성 원장은 “지나간 자료와 비교해 알려 드릴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 응시생 53만여 명 중 재학생은 39만8000여 명이었고 졸업생은 13만2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만점자 수는 같았다.
평가원은 정식 채점 결과 발표 전 가채점 결과를 미리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 원장은 “가채점 결과를 좀 더 일찍 발표하면 수험생들이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확인해 대학별 고사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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