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을 연 데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공개적으로 비판 글을 올렸다. 이에 현직 판사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아들이 반박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12일 허용구 대구지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7기)는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 개최는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 전 대법원장의 서세(逝世) 10주기 추념식에서 구속적부심의 의의와 재판 독립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이일규 전 대법원장이 1975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관련자 8명에게 사형 확정 판결을 할 때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냈던 판사’라는 점을 언급한 일을 허 부장판사는 문제 삼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배후에서 정부 전복 등을 기도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에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그는 “인혁당 사건은 최악의 ‘사법살인’이라 불릴 만큼 피해자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사건”이라며 “사법부로서는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를 법관의 치적이나 법원의 홍보 용도로 거론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념식을 정부에서 거행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라며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전직 대법원장의 추념식을 연 일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정권에서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을 추도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아들 김한철 전주지법 판사(31·42기)는 허 부장판사의 글에 긴 반박 댓글을 달았다.
김 판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유일한 소수의견이 이일규 대법원 판사였다는 점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판사 이일규의 생애에 관해 좀 더 찾아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 급으로 매도할 정도의 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다”라고 적었다. 김 판사는 또 “아마도 법원에서 2007년에 최초로 법원장으로 장례식을 진행하기도 하였기에 대법원에서 추념식을 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두운 시대를 판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구속적부심, 구속영장 심사, 사법행정권 등 각종 사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요즘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판사끼리 서로 존중하며 논쟁하는 것은 법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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