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2월 14일]한국 역사상 첫번째 보험사기 사건…피의자는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16시 59분


일제강점기 경성부 혼마치(本町) 풍경.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경성부 혼마치(本町) 풍경.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23년 11월 8일, 지금의 서울 충무로 지역인 경성부 혼마치(本町)와 메이지초(明町·명동) 사이에 큰불이 났다. 2시간 넘게 불길이 번지면서 일본식 가옥 24채가 전소했고 다섯 채에도 불이 붙었다.

이튿날(1923년 11월 9일) 동아일보는 “(화재) 원인에 대해선 아직 충분한 조사가 없으나 그곳 2번지 지물상(指物商·널빤지로 만든 가구를 파는 가게 또는 그 주인) 다나카 마츠시(高田松藏) 씨 집 2층 난로에서 실화(失火·실수로 불을 냄) 된 것인 듯하다 하며 손해액도 아직은 알 수 없으나 최소 50만 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당시 50만 원을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약 33억 원 정도 된다.

1923년 11월 9일자.
1923년 11월 9일자.

그 이유가 밝혀진 건 그해 오늘(12월 14일)이었다. 이날 동아일보는 ‘혼마치 대화(大火)의 방화범’이라는 기사에서 “피고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 주소에 집 한 채를 얻어 ‘소목장이(나무로 가구나 문방구 따위를 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를 하던 바 요사이 금융의 공황으로 수백 원의 빚을 지고 매우 고생하는 통에 설상의 가상으로 지난달 7일 오후 11시경에는 직공으로 있는 이봉수 외 1명에게 품값을 내라는 독촉을 받고 더욱 마음이 상해 자기 친구 시라요시 시라토시(白水庄吉)와 함께 부근 일락정(一樂亭)에서 술을 먹고 다음 날(8일) 새벽 2시에 두 사람이 자기 집으로 돌아와 사정 이야기를 하다 친구가 돌아간 후 그는 자기 집에 불을 놓아 닛폰(日本)화재보험회사 상품 보험금 2000원과 가구 보험금 100원을 찾아 자기의 곤궁을 펴보려는 작정으로 자기 집에 불을 놓아 전소시키고 다시 그 불이 연소되어 그 부근에 있던 쇼타 오바타(小畑辰太郞) 씨 집 외 23집을 전소시키고 야마모토 구주루(山本九藏) 씨 집 외 4집을 반소(半燒)시켜 65만2000여 원을 손해를 낸 사실이더라”고 전했다.
1923년 12월 14일자.
1923년 12월 14일자.

결국 다나카 씨는 3000원(현재 약 2000만 원) 정도 ‘보험사기’를 치려다 200배가 넘는 65만2000원(현재 약 42억 원)짜리 사고를 치고 만 것. 손해보험협회 등은 이 사건을 한국 역사상 첫 번째 보험사기 사건으로 보고 있다.

재미있는 건 방화범으로 몰렸던 다나카 씨가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점. 이듬해 3월 3일과 10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당시 검사는 49세였던 다카나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1924년 3월 10일자.
1924년 3월 10일자.

그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당시 동아일보 보도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자세한 사정을 아시는 분은 e메일(kini@donga.com) 등으로 제보 부탁드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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