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이들이 자라서 진학… 학교도 육아에 공동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학교안 어린이집 만든 성심여중고
“교실 많지않고 안전 걱정됐지만 지역사회에 도움 주고싶어 결단”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안에 있는 샘물어린이집은 3년 전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초등학교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기로 한 뒤에 생긴 유일한 학교 안 어린이집이다. 공립도 아닌 데다 초등학교보다 학습권 침해 우려가 더 큰 중·고교에서 선뜻 빈 교실을 흔쾌히 내준 덕분이었다.

“지역사회에 학교가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다가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성심여중·고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성심수녀회가 설립했다. 1957년 중학교를, 1960년엔 고등학교를 세웠다. 배움이 귀하던 시절엔 야학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에 적극적이었고, 어린이집에 빈 교실을 내준 것도 이런 철학과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교실이 크게 남아돌았던 건 아니다. 2014년 836명이던 성심여고 학생 수는 올해 782명으로, 성심여중은 357명에서 331명으로 줄었지만 학급 수는 그대로였다. 다만 교실 시설이 개선되면서 마침 시청각실로 쓰던 학교 도서관 건물 1층 교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재단과 학교 내부에서 어린이집 설립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무엇보다 여자 학교라 외부에 개방하는 게 가장 조심스러웠다. 안전사고 책임 소재도 걱정거리였다. 재단이 나섰다. 학생을 가르치느라 바쁜 교직원을 대신해 다양한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다른 학교 안 어린이집 현장 조사까지 마쳤다. 재단 관계자는 “추진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교사도 학생도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원 자녀는 샘물어린이집에 우선 입소할 수 있고, 중고교생들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성심여중·고와 샘물어린이집은 같은 재단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들이 일제히 마다한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묻자 성심여고 김율옥 교장은 이렇게 답했다. “지역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옵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공동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공감대가 없다면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는 수천 개 이유만큼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수천 개 이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성심여중고#어린이집#빈교실#국공립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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