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찌꺼기서 비료 주성분 인 추출… 서울시보건환경硏 신기술 개발
하천 부영양화 ‘녹조라테’ 예방도
하수(下水)를 생각하면 똥물이 떠오릅니다. 거무튀튀하고 질척한 물에 각종 오물이 둥둥 뜬 그런 것 말입니다. 하지만 하수에 숨겨진 ‘보석’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수 찌꺼기에서 인(燐)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입니다.
뼈나 이의 주요 성분인 인이 왜 보석이냐고요? 학창시절 비료의 3요소라며 외웠던 ‘NPK’를 기억할 겁니다. 인이 바로 그 P입니다. 질 좋은 비료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 1g도 나지 않습니다.
인의 원료인 인광석은 미국 러시아 모로코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됩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인광석 수입은 7만8749t, 5607억 원어치나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상에서 100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폐수에서 인을 얻어내는 기술은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인을 정제하려면 먼저 탁한 하수를 얌전히 가라앉혀 찌꺼기를 모아야 합니다. 슬러지(sludge)라고 부르는 개흙 같은 하수 찌꺼기를 높은 온도로 말려서 태우면 인이 약 10% 포함된 소각(燒却)재가 남습니다. 소각재를 화학 처리해 새하얀 인을 걸러냅니다.
이번에 물환경연구부는 초음파세척기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인을 정제해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안경점에서 흔히 보는 안경세척기도 초음파세척기의 일종입니다. 주파수가 높은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세척기 안의 물분자가 진동해 소각재에서 인을 분리해내는 원리입니다.
기존 기술로는 소각재 1kg을 처리하는 데 120분이 걸리지만 이 기술로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최예덕 환경연구사는 “부품이나 실험도구의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평소 자주 쓰는 초음파세척기를 활용해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새 기술은 환경오염 방지에도 유용합니다. 인은 질소와 함께 강이나 바다, 호수에서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일으킵니다. 이른바 ‘녹조라테’의 원인이죠. 하수에서 인을 걸러내면 부영양화 피해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실에서만 성공한 기술입니다. 올 9월 특허등록을 마치고 서남물재생센터와 추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소각재에 포함된 인을 80% 이상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더럽다고만 생각했던 하수가 자원의 보고(寶庫)로 재탄생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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