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한 인사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2000년 12월 15일 열린 국내 첫 신문박물관 개관식 자리에서였다.
신문박물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문을 열었다. 신문박물관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박물관에는 언론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 5000여 점이 전시됐다. 세계 66개국 신문을 비롯해 구한말과 일제시대 신문, 유신시절 군부의 신문 검열 자료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신문까지 신문의 변천사, 활자주조기 같은 제작 관련 유물 등 다양한 자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성황을 이뤘던 개관식 풍경 하나. “이한동 국무총리는 계엄령 하에서 동아일보를 점령했던 장세동 중령이 철수하면서 동아일보 사장 앞으로 보낸 육필 편지를 발견하고 ”허, 참 기가 막히는구만“이라며 실소를 연발했다.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는 시대별 주요 뉴스를 신문기사와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기기의 터치스크린을 직접 작동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자신이 우승했던 장면을 찾아보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동아일보 2000년 12월 16일자 14면)
컴퓨터로 직접 기사를 쓰고 자기만의 ‘맞춤 신문’을 제작해 갖고 갈 수 있는 ‘신문 제작체험’은 개관 때 큰 인기를 모은 이래 지금도 관람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개관에 앞서 중학생 아들과 함께 신문박물관을 관람한 소설가 차현숙 씨는 “아이와 내가 세대를 넘어 교류되는 감동이 왔다”고 관람기에 적었다(2000년 12월 15일자 15면). “유신이 뭐야? 아니, 북한을 그때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묻는 아들에게 엄마가 “조금쯤 접어두고 살아왔던 시대에 대해 감회 어린 심정으로 호외와 전시된 신문의 헤드라인,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지면서다. 신문박물관이 우리 사회의 변천과 시대상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문박물관은 2012년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일민미술관 5, 6층으로 문을 옮겼다. 신문의 역사, 우리나라의 역사를 둘러보고자 하는 남녀노소 관람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소설가 조경란 씨는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에 대해, 다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작가나 개인으로서 사람은 사회와 무관할 수 없으며 먼 데 있어도 타자는 연결돼 있다는 깨달음을 준 매체”라고 적었다(동아일보 2017년 7월 26일자 30면) 이 겨울 자녀와 함께 신문박물관을 방문해 활자가 전해온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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