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쫓는 주남저수지 전망대 공사 중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환경단체 “기존 탐조대로 충분”… 추경예산 20억원 삭감 요구
창원시 “환경단체 의견 적극 반영”

경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 ‘용산전망대’를 설치하려는 가월리 야산. 위치가 비교적 높아 주남저수지를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가 주남저수지 ‘용산전망대’를 설치하려는 가월리 야산. 위치가 비교적 높아 주남저수지를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가 철새도래지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주변 전망대 설치용 예산을 편성하자 환경단체가 저지에 나섰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마창진환경연합)은 14일 성명을 내고 “창원시가 ‘용산전망대’ 설치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20억 원을 편성했는데 이 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철새 관찰은 기존 탐조대(探鳥臺)만으로 충분하고 추가 전망대 건설은 종합생태관광계획을 수립한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원시는 용산전망대와 동읍 화양리 단감테마파크를 잇는 생태탐방시설을 조성하려고 한다.

앞서 마창진환경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경 20억 원 삭감을 요구했다. 그러나 창원시의회 환경해양농림위원회는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이 예산을 통과시켰다. 1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용산전망대 사업은 그대로 추진될 확률이 높다.

용산전망대는 주남저수지 남쪽 가월마을 뒤편 야산 꼭대기에 설치할 예정이다. 탐조와 저수지 경관을 조망하는 기능을 갖춘다. 휴게소와 커피숍도 들어선다. 기존 탐조대는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 앞 저수지 둑에 있다.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과 가월마을 사이 유수지(遊水池) 일부를 전망대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쓰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용산전망대는 재두루미가 잠자는 지역과 가까워 적지(適地)로 보기 어렵다. 주차장으로 활용하려는 유수지 역시 철새 서식지와 인간 활동 공간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정책실장은 “무엇보다 철새 먹이활동과 휴식 공간을 잠식하면서 생태관광을 내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주남저수지 주변 1종 주거지역에 사진미술관을 지으려던 생태사진작가의 계획에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창원시가 전망대를 지으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창원시는 철새 서식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전망대 예정지는 사진미술관을 짓겠다는 땅에서 저수지 쪽으로 오히려 350m 더 가깝다. 더욱이 철새 쉼터 인근에 농산물 판매시설까지 짓기로 해 ‘엇박자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생태전문가들은 전망대 설치보다 철새 도래지로서의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먼저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주남저수지 연꽃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철새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는 상황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새 도래지 모습이 차츰 사라지면서 겨울철 탐조객과 생태사진작가의 발길이 크게 줄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마창진환경연합은 “파상적인 개발과 시설물 설치를 중단하고 종합생태관광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큰 그림을 그린 다음에 주민 설명회를 거쳐 사업을 확정하도록 촉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앞으로 진행할 사업에 환경단체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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