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서해나 남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기습적으로 침범해 대형 싹쓸이 그물인 범장망을 설치하는 등 치어까지 남획하는 게릴라식 조업을 벌이고 있다.
17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과 남해어업관리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우리 EEZ인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제주도 해상까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설치한 범장망 그물 실태 조사를 한 결과, 200여 개가 분포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는 한중 정부가 단속을 강화해 불법 범장망 그물은 절반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장망 조업은 조류가 빠른 곳에서 그물을 닻으로 고정해 놓고 조기, 갈치 등 물고기 떼를 조류의 힘으로 강제로 끝부분 자루에 밀려들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범장망 그물은 길이 200∼500m, 폭 70m 정도로 축구장 1, 2개 크기다. 또 끝부분 자루의 그물코가 2cm에 불과해 치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바닷속 ‘죽음의 덫’이다. 범장망 그물은 바다 위를 싹쓸이하는 불법 중국 어선이 활동하지 않는 해상에 설치된다. 대부분 조기나 갈치 등 각종 어류가 남해, 동해로 이동하는 길목이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기상이 악화된 밤에 슬며시 한국 측 EEZ를 2∼10km 침범해 1시간 만에 범장망 그물을 설치하고 사라진다. 이후 밤 시간대에 다시 침범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30분 만에 빼내 달아나는 게릴라식 어획을 하고 있다.
해수부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범장망 그물이 치어까지 싹쓸이해 어족자원 고갈을 부채질한다고 판단하고 올해부터 철거작업에 나섰다. 불법 범장망 그물을 발견하면 중국 정부에 통보한 뒤 철거하는 다소 복잡한 방식이다.
남해어업관리단은 15일 한국 측 EEZ 2km 안쪽인 제주 마라도 남쪽 148km 해상에서 불법으로 설치된 중국 범장망 그물 1개를 철거했다. 그물에는 5cm 길이 조기, 30cm 길이 갈치 등 치어와 각종 물고기 0.3t가량이 들어 있었다. 남해어업관리단은 앞서 3일 인근 해상에서 불법 중국 범장망 그물 1개를 철거했다. 당시 그물에는 잡어 등 1t 정도가 있었다.
남해어업관리단은 올해 말까지 불법 범장망 그물 서너 개를 추가로 철거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주도 먼 바다는 겨울철 1주일에 3일꼴로 기상이 악화돼 철거작업이 불가능하다. 또 범장망 그물 무게만 5t 정도에 달해 인양하기도 어렵다. 남해어업관리단은 범장망 그물 철거 작업에 200t급 청소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은 범장망 인양 기술과 전문장비를 가지고 있어 1시간이면 철거가 가능하지만 한국 청소선박은 하루 가까이 소요된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한국 측 EEZ를 자주 침범해 범장망 그물의 위치를 바꾸거나 그물이 거센 조류를 따라 조금씩 이동해 위치 파악을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게릴라식으로 한국 측 EEZ를 침범하는 불법 조업 범장망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도 여의치 않다. 단속에 적발된 불법 조업 범장망 중국 어선은 지난해 18척, 올해 5척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진행 중인 범장망 그물 철거작업은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확실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 측 EEZ에 불법 범장망 그물을 설치하면 철거 및 압수당한다는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는 한중 공동단속시스템을 구축해 중국에 불법 조업 정보, 나포 상황 등을 통보하고 있다. 또 EEZ 밖인 잠정조치수역에 머물고 있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이 자주 출몰하는 해상에서 한중이 공동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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