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에게 걱정스럽게 말한 이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였다. 과거 이 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 일이란다. 강연 대상이 달라 같은 내용을 말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그는 듣는 이에 맞춰 각각 원고를 쓴 것.
강연별로 원고를 준비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정석은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 명사의 강연을 듣다 보면 출간한 책이나 다른 곳에서 했던 내용과 똑같아 실망하기도 한다. 이들은 여러 나라에서 강연하기에 내용의 차별화는 전적으로 본인의 양심에 달렸다. 르 클레지오는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의 소설 ‘폭풍우’와 ‘빛나: 서울 하늘 아래’에는 제주 우도와 서울 곳곳을 발로 뛴 흔적이 담겨 있다. 명성에 취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채워 나가는 그는 진정 빛나는 사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