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東亞]<5> 국내 신춘문예 첫 페이지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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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작사 윤석중, 첫해 동화부문 당선
1925년 홍명희 편집국장이 신설… 1등 상금, 당시 근로자 한달 급여
황순원-서정주-김동리 등 배출

‘신춘문예모집’ 공고를 낸 1925년 1월 2일자 2면. 사례로 돈이나 물건을 드린다는 뜻의 ‘박사진정(薄謝進呈)’이란 문구를 맨 위에 썼다. 동아일보DB
‘신춘문예모집’ 공고를 낸 1925년 1월 2일자 2면. 사례로 돈이나 물건을 드린다는 뜻의 ‘박사진정(薄謝進呈)’이란 문구를 맨 위에 썼다. 동아일보DB
해마다 문학청년들을 ‘몹쓸 열병으로 겨울 들판을 헤매게’(안도현 시인) 만들지만 ‘아무 인맥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할 수 있는’(은희경 소설가) 것. 바로 신춘문예다.

동아일보는 1925년 국내 최초로 신춘문예를 시작했다. ‘임꺽정’으로 유명한 홍명희 당시 편집국장 겸 학예부장이 주도했다. 1925년 1월 2일자 ‘신춘문예모집’은 “종래의 문예란, 부인란, 소년란을 힘이 자라는 데까지 보다 충실하고 보람 있게 하여 보려고 한다”라며 신진 작가의 작품을 모집하는 배경을 밝혔다. 이어 “어떻게 해 나가는지는 장차 보여 드리겠다”며 “많이 투고하여 이 세 가지 난을 금상첨화의 꽃밭을 이루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집 부문은 △문예계는 단편소설과 신시(新詩) △부인계는 가정소설 △소년계는 동화 가극 동요로 구성됐다.

1등 상금은 부문별로 50원, 신시와 동요는 10원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니(80kg 기준) 가격이 20원 안팎이었다. 훨씬 뒤인 1943년 남성 기준으로 본 조선인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53원임을 감안하면 당시 1등 상금은 한 달 월급 혹은 그 이상이다. 부문별 원고지 분량을 정한 지금과 달리 원고량은 무제한이었다.

신춘문예는 도입 첫해부터 거목을 발굴했다. 동요 ‘낮에 나온 반달’ ‘퐁당퐁당’의 가사를 쓴 아동문학가 윤석중이 동화 ‘올빼미의 눈’으로 당선된 것. 1933년 황순원(시), 1936년 서정주(시) 김동리 정비석(이상 소설)을 한꺼번에 배출했다.

한편 1935년 상금 500원을 내건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는 심훈의 ‘상록수’가 당선됐다. ‘상록수’는 그해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며 농촌계몽운동의 등불이 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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