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해 넘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文대통령 현장 찾아 독려했던 공약… 노사, 대상자-고용방법 이견 못좁혀
민노총, 1만명 용역 직고용 요구도… 정규직 노조 “정부는 손놓고 구경만”
다른 공공기관도 노사-노노 갈등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며 연내 정규직화를 독려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실상 올해 안에 정규직 전환을 끝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노사 및 노노(勞勞) 간 대립이 불거지며 전환 작업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 및 고용 방법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당초 목표였던 연내 전원 정규직 전환을 하기 어려워졌다. 노사는 공사 직접고용 및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공개채용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용 대상 규모도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공사가 연구용역을 맡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은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직원을 9838명으로 집계하고 공사 직고용 854명, 자회사 전환 8984명 안을 최종 제시했다. 반면 또 다른 연구용역 업체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전환 대상자를 8093명으로 보고 4504명을 직고용, 3589명을 자회사 고용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중 ‘생명·안전 업무’를 어디까지 볼지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생긴 탓이다.

여기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만 명에 가까운 용역업체 직원 모두를 공사에서 직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자체가 전환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라며 고용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측은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직고용하면 향후 인천공항 터미널 확장 4, 5단계 사업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기존 정규직은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불공정 행위이기 때문에 아예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해 외부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사 정규직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직무별로 세세하게 정규직 전환 대상을 교통지도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각 기관의 불협화음을 지켜만 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이견을 보이다 급기야 감정 다툼으로 번졌다.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구성된 업무직협의체는 최근 공사가 정규직 직원들의 인신공격을 방치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앞서 10월 정부는 올해 안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7만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달 15일 기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근로자는 3만636명(41.4%)에 그쳤다. 올해가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목표치의 50%도 달성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규직 전환에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어 추가로 전환 결정이 대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대해서도 “비록 쟁점이 있지만 노사 모두 ‘좋은 회사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올해 안에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김호경·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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