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에서 인문계 상위권 학생들의 국어, 수학 나형, 사회탐구의 점수분포가 지난해보다 훨씬 밀집돼 있다. 특히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인원이 크게 증가했고 특정 구간에서의 점수 쏠림 현상도 강해 상향 지원해서 합격할 가능성이 줄었다. 자연계는 인문계보다 점수 밀집 현상이 약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상향 지원보다는 안정 지원 경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과목별 결과를 살펴보면 국어는 상위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표준점수 최고점인 134점을 받은 학생은 지난해 1277명에서 올해 3214명으로 증가했다. 다음 점수대인 133점을 받은 학생도 지난해 2147명에서 올해 5192명으로 늘어났다. 점수도 밀집돼 있다. 1, 2등급 구간대 점수가 지난해는 124∼139점으로 14개 구간으로 분포해 있었지만 올해는 123∼134점으로 11개 구간으로 좁혀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수학 가형의 올해 1,2등급대 점수 분포는 9개 구간에 걸쳐 나타나 지난해와 동일한 양상이다. 하지만 특정 점수 구간에 쏠리는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표준점수 126점인 학생이 1752명, 123점인 학생이 6727명이다. 상위 점수구간인 130점은 165명, 127점은 16명에 불과했다. 125점인 학생도 7명, 124점은 212명으로 나타났다. 123점, 126점을 받은 학생들의 지원 성향에 따라 그 이하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의 합격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2등급 커트라인에 몰려 있는 경향도 더 강해져 지난해 커트라인 121점을 받은 학생이 1만3392명이었다면, 올해는 커트라인 120점을 받은 학생이 1만8920명이다.
수학 나형의 1, 2등급대 점수는 10개 구간에 걸쳐 분포돼 있다. 지난해는 12개 구간보다 줄어들었다. 1등급 커트라인 점수를 받은 학생은 더 늘어나 올해 표준점수 129점에 1만9937명이 밀집해 있다. 지난해 1등급 커트라인 점수였던 131점에 1만1971명이 몰려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8000여 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수학 나형에서 2등급 이하 학생들이 1등급 학생들과 경쟁하기가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
탐구도 변별력이 줄었다. 지난해 1등급 커트라인이 50점 만점이었던 사회탐구(사탐) 과목은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9개 과목 중 6개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이 50점 만점이다. 과목별 응시인원을 고려해 보더라도 1등급대 두 과목 평균점수의 최고점과 최저점 격차가 지난해 4점에서 올해 2점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사탐에서도 점수가 몰려 있는 것. 과학탐구(과탐)는 물리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에서 지난해보다 1등급 원점수 커트라인이 높아졌다. 1등급대 과탐 두 과목 합계 평균 최고와 최저점 격차도 지난해 8점에서 올해 6점으로 줄어들었다.
절대평가가 처음 시행된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인원은 5만2983명이다. 상대평가였던 지난해 영어 1등급 인원이 2만4244명이었다는 점을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 모집인원 3만3652명보다 1.5배, 서울권 소재 대학 모집인원 7만여 명보다는 약간 적은 상황이다. 결국 서울권 주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영어 1등급이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어 등급이 낮더라도 국수탐 성적이 우수하다면 영어 1등급과 2등급 간 격차가 작은 서울대 고려대 등의 대학을 노려볼 만하다. 연세대 경희대처럼 1등급과 2등급 간 격차가 큰 대학에 지원할 경우 영어 1등급과의 점수 차를 극복하기 위해 국수탐 성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인문, 자연계에서 서울대 진입권에 해당하는 전국 1500등까지의 지난해 수능 성적에 영어 절대평가를 적용해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이 학생들의 85.1%(1270명)가 1등급, 13.8%(206명)가 2등급, 0.7%(11명)가 3등급, 0.3%(5명)가 4등급을 받았다. 서울대의 영어 반영 방식을 적용해 이 학생들의 석차를 다시 계산해보면 영어 2등급을 받은 206명은 모두 그대로 1500등 이내에 진입했고, 3등급을 받은 학생 중 10명, 4등급을 받은 학생 중 3명이 1500등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의 경우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그대로, 심지어 영어 4등급인 학생 2명 중 1명도 1500등 안에 들어왔다. 즉, 서울대의 영어반영 방식은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수탐 영향력이 커진 만큼 본인이 잘 본 과목의 영역별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을 파악해 유리한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인문계 국수탐 표준점수 388점을 서울대 방식을 적용해 계산할 경우 국어 수학 탐구에서 각각 어떤 성적을 받았느냐에 따라 최고점이 391.2점, 최저점이 385.8점으로 5.4점의 격차가 나타났다. 연세대 9.6점, 고려대 3.5점, 성균관대 9.6점, 서강대 11.3점, 경희대 9.8점 등 대학마다 방식이 달라 점수 차도 다르게 나타났다.
지원 학과의 지난해 경쟁률, 합격선, 추가 합격 현황 등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시에 지원할 때의 경쟁률은 추가 합격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쟁률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올해는 영어 절대평가로 국수탐 3과목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동점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같은 점수대의 학생들이 어디로 지원하는지 파악해 본인의 지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대학 및 학과의 경쟁률, 추가 합격자 정보를 체크해 지원학과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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