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 남면에 있는 전통 원림 소쇄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제월당을 둘러보고 있다. 담양군은 신 르네상스 시대를 열기 위해 한국 전통정원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담양군 제공
인구가 4만8000여 명인 전남 담양군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이 8곳이나 있다. 담양읍 담빛예술창고는 양곡창고를 개조한 미술관 겸 카페다. 죽녹원과 관방제림을 둘러본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담양의 대표 명소다. 인근에 대담미술관을 비롯해 공예미술관 보임쉔, 남촌미술관, 장산미술관, 갤러리 카페M 등 곳곳에 예술을 덧입힌 공간이 가득하다. 박물관도 2곳 있다. ‘죽향(竹鄕)’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한국대나무박물관과 대전면에 자리한 전국 유일의 민간 우표박물관이다. 누정(樓亭)·가사문화의 산실인 한국가사문학관은 청소년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담양군은 이 같은 인문학적 자산을 기반으로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문학 교육 특구로 지정됐다. 인문학의 보고(寶庫)인 담양군이 이번에는 한국 전통정원 특구 지정에 나섰다. 지역에 산재한 전통정원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관광명소화하고 인문학 특구와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전략이다.
○ 한국 전통정원 특구 추진
담양에서 887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등 유서 깊은 누정이 즐비하다. 소쇄원(명승 제40호)은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인공의 미를 더한 우리나라 전통 원림이다. 소쇄원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는 조선시대 최고 민간 정원으로 꼽히는 명옥헌 원림(명승 제58호)이 자리하고 있다.
전남도 제2호 민간정원인 죽화경과 대숲과 정자문화가 조화를 이룬 죽녹원 등 담양에는 정원문화를 보여주는 자원이 많다.
담양군은 한국 전통정원 특구 지정을 위해 최근 한국정책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14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190개 지역 특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전통정원 지역 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곳은 담양군이 처음이다.
담양군은 특구로 지정되면 주택과 공공기관을 정원으로 꾸미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소나무정원, 편백정원, 동백정원 등 다양한 정원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정원도시로 가꾸기로 했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남도문예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죽녹원 일대 군유지에 63억 원을 투입해 2020년 준공 목표로 남도정원을 조성하는 등 대한민국 정원문화 메카로 도약할 계획이다.
○ 전국 유일의 인문학 특구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군이 인문학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인문학과 융합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사문학과 정자문화, 대나무 생태 등 자산을 토대로 사람과 자연, 교육이 어우러진 인문학 생태도시를 조성한다는 게 담양군의 목표다.
담양군은 2020년까지 역사와 문화, 자연과 정원을 활용한 인문학 문화 콘텐츠와 다양한 문화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개 과제와 17개 세부사업에 234억 원을 투입한다.
특구 지정을 계기로 담양에서는 연중 인문학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기존의 기행이나 투어, 아카데미에 인문학적 공감의 장을 마련하면서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아지고 참여 인원도 늘고 있다. 무등산 자락 아름다운 누정에서 옛 선비들의 풍류정신을 체험하는 ‘풍류 남도 나들이’,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소쇄원과 식영정, 환벽당 등지서 선비복을 입고 다도 및 서화 등을 배우는 ‘식영 풍류도원’, 풍류 달빛공연, 화전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문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와 ‘21세기 담양포럼’은 역사, 문화예술, 명상 등 다양한 주제로 지역민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교양 강좌로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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