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이대목동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16일 이 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부모들이 병원 측과 만나던 중이었다. 면담 시작 30분 만에 유족들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준비도 안 해놓고 대충 때우려고만 해요. 대충!”
유족들은 면담 전 병원 측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모두 나와 당시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건 전날부터 사망 당일까지의 의무기록 제공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주치의와 간호사들은 면담에 나오지 않았다. 한 유족은 “의무기록도 사건 당일치만 있고 내용도 몇 줄에 불과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 병실 폐쇄하며 부모에게 “올 필요 없다”
사망 사건 발생 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한 신생아의 부모 10여 명은 19일 병원장과 중환자실 주치의 3명을 만나 강하게 항의했다. 사건 당일 밤 12시 이들은 병원으로부터 전화로 “중환자실을 폐쇄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의료진은 신생아 4명의 사망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아이는 괜찮은데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된다. 보호자는 안 오셔도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불안한 부모들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측 설명과 달리 옮겨간 병원에선 보호자 없이 입원이 불가능했다.
부모들이 신생아들의 사망 경위를 묻자 병원 측은 “3명은 오전부터 배가 불렀다. 1명은 아주 꼬맹이여서 폐가 나쁘고 인공호흡기를 달 정도로 원래 많이 힘든 아이였다”며 면피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병원 측은 영하의 날씨였던 사고 당일 밤 전원이 꺼져 보온이 되지 않는 인큐베이터에 일부 미숙아를 넣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다. 신생아를 인계받는 병원에서 받아 봐야 할 의무기록도 없었다. 한 보호자는 “아기를 넘겨받은 의사가 ‘이대목동병원에서 설명도 없이 일단 받아 달라고 했다’며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신생아중환자실의 부실한 위생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한 보호자는 “우리 아기에게 쓰라고 간호사에게 보낸 수건을 돌려받았는데 다른 수건이었다”며 “단순 접촉으로도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데 개인별로 따로 써야 하는 수건을 공동으로 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보호자는 “기저귀 갈아주는 간호조무사가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위생관리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과했다.
○ “미숙아 감염 우려 임상시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신생아 중환자실 미숙아들을 상대로 모유 수유의 위험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도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신생아의 한 부모는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임상시험에 동의한 뒤 의료진에게 모유를 제공했다.
본보 취재팀이 확보한 임상연구동의서에 따르면 모유에 있는 거대바이러스가 아기 몸에 들어가면 폐와 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모유를 어떻게 보관해야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지 보려는 연구다. 산모들은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모유를 얼려 주거나 직접 짜서 간호사에게 제공했으며 미숙아들에게 수유됐다. 보호자들은 “감염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미숙아를 실험 대상으로 삼느냐”고 따졌다.
병원 측은 임상시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동의를 받아 진행했고 보호자가 요구하면 모유 수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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