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도 열나고 무호흡증 증세
의료진 ‘자극후 회복’ 별 조치 안해… 오후 5시경 항생제 등 치료 시작
전문가 “대처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미숙아 4명은 사망 당일 새벽에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하지만 의료진이 본격적인 소생술을 실시한 것은 오후 3시경부터였다. 조기 이상 증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회복 기회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이 유족에게 전달한 사망 당일 처치 기록에 따르면 의료진은 16일 오전 4시 15분경 A 양(생후 3주)의 열이 37.8도까지 오르자 미온수로 마사지를 했다. 추가 처치는 없었다. 오후 1시경 다시 열이 오르고 무호흡증까지 보였지만 이때도 의료진은 ‘자극 후 회복됐다’고 기록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의 ‘자극’은 흔들어 깨우거나 울게 만들어 산소포화도를 높이는 방법 등을 뜻한다고 한다. 오후 5시경 A 양의 혈액에서 염증 수치가 치솟자 그제야 의료진은 항생제를 투여하고 혈소판을 수혈하는 등 패혈증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A 양은 회복하지 못하고 오후 9시 32분경 숨졌다.
대학병원 내과 교수 출신의 한 패혈증 전문가는 “패혈증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최소한 3시간 내에 응급조치를 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A 양의 경우 의료진이 새벽부터 나타난 의심 증상을 간과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은 오후 1시 18분경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B 군(생후 6주)에게 곰팡이균을 치료하는 항진균제를 투여했다. B 군이 감염된 항생제 내성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치료와는 거리가 먼 조치였다. B 군은 결국 4시간 뒤부터 심박이 느려지기 시작해 오후 10시 10분 숨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망자들에게 옮은 세균이 직접 사인(死因)이거나 최소한 환자의 소생을 방해하는 간접 사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의료진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복기를 고려하면 사망 환자들은 24시간 이전에 이미 균에 감염됐을 공산이 크다”며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땐 의료진이 손쓸 방도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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