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총수 부재라는 위기에 빠질지 22일 판가름 난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만큼 롯데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총 508억 원의 ‘공짜 급여’를 주고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499억 원을 불법 지원하는 등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롯데 총수 일가와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등 롯데그룹 핵심 경영진에 대한 1심 선고도 같은 날 나온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실형을 받고, 최악의 경우 법정 구속까지 되면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각종 사업 현안들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는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가 추진하는 해외 사업 규모만도 총 10조 원이 넘는다.
신 회장은 최근까지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해외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 투자나 인수합병(M&A)을 결정할 때 총수 부재는 큰 걸림돌이다. 특히 롯데가 추진하는 사업은 해외 각계에 포진하고 있는 신 회장 인맥 의존도가 높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체제도 뇌관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롯데의 새 총수가 된 신 회장은 10월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지주를 공식 출범시키고 국내 계열사 91개 중 유통·식품 계열사 42개사를 묶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롯데는 여전히 일본과 연결돼 있다. 중간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 일본롯데 기업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측 지분을 확 떨어뜨려 한일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쪽 지주사’ 체제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겨우 가라앉은 경영권 분쟁은 신 회장 재판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여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측 경영진이 신 회장의 법정 구속을 문제 삼아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롯데는 또 한 번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재판에서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올 경우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보태는 행보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영비리 혐의 재판 외에도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된 재판도 받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대가로 5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다. 롯데로서는 ‘산 넘어 산’인 형국으로 난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