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영어를 틀리는 건 낯 뜨거워하면서 우리 한글은 틀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는 공공문장만은 제 역할을 해야지요.”
잘못된 공공문장을 잡아내는 우리말 파수꾼 이상호 씨(53). 그는 지난 5개월간 우리글진흥원 홈페이지에 ‘밤안개’라는 필명으로 공공문장의 한글 오용실태를 고발해 ‘2017 공공문장 바로세우기 시민운동상’ 수상했다. 대포통장을 ‘대표통장’으로 적은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문, 과태료 부과를 ‘부가’로 적은 지하철 역사 내 표지, 영월군을 ‘영원군’으로 잘못 적은 관광안내책자 등 지금까지 그가 적발해 낸 건이 123건에 이른다.
그가 공공문장 오류를 찾아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여름 서울역 노숙자를 위한 무료 배식 봉사를 하던 중, 안내 플랜카드에 적힌 오탈자 3개를 잡아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처음엔 ‘자물쇠’인 것을 ‘열쇠’로 표기하거나 빙판 얼음의 ‘두께’를 ‘굵기’로 표기하는 것처럼 상황적인 오류를 발견해 신고했다”며 “‘뇌졸중’, ‘삼가다’, ‘출현’같은 어법들은 우리말진흥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늘다 보니 자연히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주로 소방이나 산림관리소 안내판, 종량제 봉투 등 일상 속에서 한글 오탈자를 잡아낸다. 그는 “해당 분야나 지역에 익숙한 전문가가 아니니까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 같다”며 “얼마 전 망원동 주민 센터를 다시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제가 신고했던 오탈자가 모두 수정돼 있는 것 발견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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