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10시 경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25-5 대연각호텔에서 불이 나 지하2층 지상21층의 호텔 건물 내부를 모두 태우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이날 불은 지상 2층의 커피숍에서 프로판가스가 터지는 듯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발화, 나일론주단과 목조로 된 호텔 내부 전체로 순식간에 번져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동아일보 1971년 12월25일자 1면)
흡사한 장면이 재연됐다.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의 발화 상황을 목격한 상점 주인은 “1층 천장에서 작게 시작한 불이 5분도 안 돼 확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017년 12월22일자 1면)
46년 전 크리스마스 오전 충무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화재사고. 화재를 진압하고자 거의 모든 소방차가 동원됐고 경찰과 군대, 주한미군의 소방차와 헬리콥터까지 투입됐다. 그러나 호텔에 갇힌 투숙객들을 제대로 구조할 수 없었다. 옥상엔 헬기착륙장이 없었고 고가 사다리차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8층까지였다.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63명에 달했다. 안수길의 소설 ‘북간도’를 읽던 재일교포, 호텔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던 여상고생 친구들… 참변을 당한 이들의 소식은 안타까웠다. 사망자 중 추락사한 사람이 38명이었다. 유독가스와 열기를 이기지 못해 창밖으로 뛰어내린 투숙객들이었다.
“대연각호텔은 (피난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없거나 방화재로 되어있지 않아 ‘독립된 안전지대’로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불을 위층으로 옮겨 붙게 하는 구실만을 하고 만 것이 드러났다. 불타고 난 피난 계단은 도어핸들만이 그 자리에 굴러 떨어져 있는가 하면 어떤 층은 계단을 차단하는 문이 전혀 없고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사무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등 처음부터 유사시 피난계단으로 쓸 수 있는 대비가 마련되지 않았다.”(동아일보 1971년 12월27일자 7면) 당시 취재를 통해 비상구가 무용지물이었음을 지적한 대목이다.
참담한 것은 이 비극이 2017년에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21일 화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성사우나의 비상구는 목욕용품 거대 수납장이 가로막고 있었고 늘 잠겨 있어서 비상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사우나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결정적인 이유였다.”(동아일보 12월23일자 1면) 유족들이 더욱 애통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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