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대표 “죄수들은 사형보다 종신형 더 무서워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3시 00분


사형폐지운동協 이상혁 대표
“남은 수명 3분의 2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하는 종신형 도입을”

“한국은 이미 실질적으로 사형이 폐지된 국가다. 이제 사형제를 폐지할 때가 됐다.”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사폐협) 대표 이상혁 변호사(82·고등고시 10회·사진)는 2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형제 폐지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신군부 치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내란 예비음모 혐의 등으로 사형이 선고됐던 일을 거론하며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아닌가.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사형제를 폐지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1989년 5월 문장식 목사(82)와 함께 사폐협을 결성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제앰네스티의 영향으로 국내에 사형폐지 운동이 싹트던 시기였다. 그는 이후 29년째 줄곧 사형제 폐지 운동을 이끌고 있다.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이 변호사는 ‘여명(餘命·잔여 수명) 기준 종신형’을 꼽았다. 여명 기준 종신형은 기대여명(평균 수명―수감 당시 나이)의 3분의 2가량을 복역한 뒤 가석방 심사를 하는 제도다. 평균 수명이 80세라면 20세에 수감된 이들은 전체 여명(60년)의 3분의 2(40년)에 해당하는 형기를 마친 60세 무렵에 출소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변호사는 “사형 판결을 내린 판사, 기소한 검사, 심리학자 등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면 된다. 그쯤 복역하고 나면 그 나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이 변호사는 한 사형수의 편지를 꺼내 보여줬다.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매일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변호사는 “죄수들은 사형보다 종신형을 더 무서워한다. 교화 가능성을 열어주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진성 신임 헌재소장 등 대부분 재판관이 사형 제도에 부정적이다. 조만간 2010년(합헌 5 대 위헌 4로 사형제 합헌 결정)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형#종신형#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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