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평교사도 교장되는 ‘교장 공모제’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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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協 “능력인사 기용” 교총 “전교조 발탁용”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초중고교의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 공모제’가 확대된다.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 인사들은 능력 있는 공모 교장을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환영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자격 교장’이 승진 임용의 근간을 흔들고 전교조 출신 공모 교장만 늘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교장 공모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2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교장 공모제는 승진을 중심으로 하는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능력 있는 교장을 공모해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책임 경영을 실시한다는 취지에서 2007년 도입됐다.

일반 학교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공모(초빙형)하고 자율학교·자율형공립고는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육경력이 15년 이상인 교원이라면 지원(내부형)할 수 있도록 했다.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를 교장으로 뽑을 수 있는 학교는 내부형 교장 공모 학교의 15%로 제한해왔다.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선발한 1792개 학교 중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는 89명이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재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 임용을 15%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 자율학교·자율형공립고가 원하면 제한 없이 자격증 미소지자를 교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매 학기 ‘교장 공모제 추진 계획’을 통해 교장 결원의 3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를 공모제로 뽑도록 각 시도교육청에 권고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권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환경이 낙후된 지역이나 도서벽지 학교에서는 교장 임명 후 전출 신청이 잦은 문제 등이 발생하는 만큼 시도교육청이 지역별·학교별 특성을 반영해 교장공모제를 운영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새 시행령은 또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 중 학부모·교원·외부위원 참여 비율을 명시해 구성원의 의견이 심사에 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친전교조 성향의 교육단체에선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15% 제한 폐지 등을 교육부에 건의했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개별 학교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교장 임용을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장 공모제가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해 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년 전 국회에서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법률 개정의 취지와 다르게 시행령을 마련하는 등 논란이 돼 왔던 것을 이제야 바로잡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교장 공모제 확대에 반발하고 있다. 교총은 “특정 교원 노조의 교장 승진 창구와 교육감의 보은인사 수단으로 악용돼 온 교장 공모제 확대는 성실히 근무하고 보직교사 등 궂은일을 해온 교사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교총이 최근 5년간 임용된 교장 자격증 미소지 공모 교장 76명을 분석한 결과 68.4%인 52명이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이런 점을 근거로 이번 조치가 전교조 출신 인사의 ‘자리 늘리기용’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선택권이 없는 현실 속에서 전교조 출신 공모 교장이 취임한 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최근 교육부와 단체교섭안에 교장 공모제 축소안을 담는 등 교장 공모제에 적극적으로 반대해 온 교총은 27일 지도부와 각 시도 교총 회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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