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강원대 교수 “전국민이 생리대-여성 건강 관심 성과”… 여론 잠잠해졌지만 ‘나홀로 소송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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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생리대 유해성 논란 촉발시킨 김만구 강원대 교수

“이렇게 이슈가 커질 줄은 몰랐지만 생리대 논란 덕분에 전 국민이 생리대와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요?”

22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캠퍼스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 중심에 섰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59·사진)를 다시 만났다. 9월 여성환경연대 주최 기자회견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 4개월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그의 말처럼 우선 생리대 전(全) 성분 표시제가 도입됐다. 생리대 제조사들은 화학물질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생리대 접착제 제조업체는 원료를 중국산에서 국산으로 바꿨다.

여론의 관심은 식었지만 김 교수에게 생리대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활동했는데도 9월 깨끗한나라는 김 교수만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명을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전 제품명을 언급한 기사가 이미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무죄일지라도 손해배상 소송도 치러야 한다.

그는 소송을 당한 것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신의 시험 결과에 대해 ‘신뢰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데 분개했다. 식약처는 이후 다른 전문가들을 불러 생리대 성분을 분석하고 인체 위해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평생 써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는 “분석과학자로서 평생 컵라면, 젖병, 장판 등 일상용품 속 화학물질을 측정해 왔다”며 “식약처 측정 방식이 더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올 2월 생리대 시험을 진행할 때부터 함께했던 여성환경연대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고 있다. 생리대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뒤 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가 지향하는 방향이 엇갈렸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건강권’을 알리는 데 집중했지만 그는 학자로서 자신의 시험 결과가 정확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소송 비용 모금을 제안했지만 김 교수는 거절했다. 그는 “9월 내가 고소당한 날 이후 (여성환경연대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만약 다시 생리대 시험을 의뢰받으면 하겠느냐고 묻자 막힘없이 “해야죠”라고 답했다. 그게 교수의 사회적 책무라고 했다. 그가 생리대 시험자료, 식약처 보도자료, 관련 기사를 모아놓은 파일은 한 손으로 들기 벅찰 정도로 두꺼웠다. 연구실 책상에는 아직 생리대가 놓여 있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생리대#유해성#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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