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모 “딸 지병 약 친부가 안 먹였을 것”…준희 양 갈비뼈 골절-발목 중상 등 학대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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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심폐술 골절 보기 어려워”
경찰, 동거녀도 사체유기 혐의 구속
친모 “평소 폭력적인 남편 모습에 맡긴 딸 걱정돼 찾아갔지만 결국 못만나”

지난해 12월 29일 전북 전주시 금성장례식장에 고준희 양을 추모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다. 준희 양 영정 앞에 추모객이 가져온 흰 국화와 과일 음료수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금성장례식장 제공
지난해 12월 29일 전북 전주시 금성장례식장에 고준희 양을 추모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다. 준희 양 영정 앞에 추모객이 가져온 흰 국화와 과일 음료수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금성장례식장 제공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당시 5세) 부검 결과 갈비뼈 3개가 부러진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지난해 4월 준희 양에게 대상포진 증세가 나타나는 등 몸 상태가 심각했지만 친부와 동거녀 모두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3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준희 양의 몸통 뒤쪽 갈비뼈 3개가 골절되는 등 심각한 외부 충격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아버지 고모 씨(37·구속)는 경찰 조사에서 갈비뼈 골절 원인에 대해 “쓰러진 준희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앞쪽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다. 몸통 뒤 갈비뼈가 부러진 점을 고려할 때 고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와 동거녀 이모 씨(36)는 지난해 4월 10일 준희 양이 얼굴과 목, 가슴 등에 수포가 생기는 대상포진 증상을 보였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 준희 양이 발목을 접질려 피와 고름이 나오고 종아리까지 부어오르는 등 심각한 증세를 보였지만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준희 양이 같은 달 25일부터 그 다음 날 숨질 때까지 여러 번 의식을 잃었지만 전북 전주시 완주군 집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씨와 이 씨는 준희 양이 사망하자 시신을 이 씨 어머니인 김모 씨(62·구속)의 전주시 덕진구 집으로 옮겼다.

두 사람과 김 씨는 5, 6시간 동안 시신 처리 방안을 논의해 암매장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준희 양을 수건 등으로 감싼 뒤 야삽 등 시신 유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이어 고 씨와 김 씨는 준희 양 시신을 김 씨의 차량에 싣고 전북 군산시 야산으로 옮겨 매장했다. 경찰은 이 씨도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준희 양의 친모 송모 씨(36)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고 씨가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준희가 학대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씨는 “2016년 초 고 씨로부터 갑자기 이혼 통보를 받고 혼자 2남 1녀를 키우다 생활고 때문에 올해 1월부터 준희를 남편에게 맡기게 됐다”고 밝혔다. 또 “올 2월 준희가 걱정돼 어린이집에 찾아갔지만 이미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상태여서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남편과 헤어지며 준희가 먹어야 하는 갑상샘약 석 달 치를 전해 줬다”며 “남편은 준희가 갑상샘 치료를 받는 것을 알았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어 약을 챙겨 먹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고 씨 등이 준희 양이 숨진 사실을 8개월 넘게 숨기다가 지난해 12월 8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올 4월 위기 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이 시행되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스템이 시행되면 보건 당국이 장기 결석이나 병원 치료를 받은 아동의 실태를 파악해 학대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 양이 지난해 2∼3월 머리와 이마 상처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어 제도가 시행되면 요주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신규진 newjin@donga.com·김단비 기자
#고준희#학대#친부#계모#실종#암매장#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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