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탓에 세아이를…” 20대 엄마 뒤늦은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구조요청 하려 혼자서 방 나와”

지난해 12월 31일 화재로 숨진 광주 삼남매의 어머니가 “내가 피운 담뱃불 탓에 불이 난 것 같다. 차라리 애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삼남매의 어머니 A 씨(23)는 경찰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담배 불똥을 털었다가 불이 붙은 것 같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조사 도중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다” “아이들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편 B 씨(22)도 경찰에서 아이들만 남긴 채 집을 비운 것에 대해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혼했지만 한 집에 살고 있었다. B 씨는 화재 전날 오후 9시 44분 잠든 삼남매를 뒤로하고 인터넷 게임을 하기 위해 외출했다.

A 씨는 31일 오전 2시 10분경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작은방 앞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막내가 울자 습관적으로 담배 불똥을 바닥에 턴 뒤 아이들 곁으로 가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잠에서 깨 화재 발생 사실을 안 A 씨는 10분 동안 방 안에서 5차례 구조 요청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 먼저 전남편 B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1분 뒤 남편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 달라”고 했다. 남편 친구는 119에 신고했고 소방차가 출동했다. A 씨는 또 112에 전화를 걸었고 경찰은 119로 연결해줬다. 이후 2차례 더 전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남편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A 씨는 처음엔 막내딸을 품에 안고 방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5개월밖에 안 된 아기와 함께 불길을 뚫고 나갈 용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혼자 방을 탈출했다. 밖으로 나가서 아이들을 방에서 꺼내 달라고 요청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길에 가로막혀 현관으로 나가지 못하고 베란다로 대피했다. 베란다에서 현관 비밀번호를 외치며 구조를 요청했다. 결국 삼남매는 숨졌고 A 씨는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경찰은 중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가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화재#담뱃불#광주#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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